증권업계 2050억원 ABCP 디폴트… '레고랜드 사태'에 채권시장 얼어붙는다

2022-10-20 16:47

레고랜드 호텔 전경. [사진=아주경제DB]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채권시장이 얼어붙을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이 사태 진압에 나섰지만 기업 유동성이 경색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여유 재원 1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가격이 급락하는 단기채권에 대한 매입을 재개하고, 캐피털콜(투자자금 일부를 선제 집행한 후 잔여 액수를 수요에 따라 집행하는 방식)도 준비할 예정이다.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유동성 지원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과 관련해 시장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며 “증권사·여전사(카드·캐피털) 등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우선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유동성 지원 등도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전방위적 대처에 나서게 된 시발점은 강원도가 채무보증을 선 레고랜드 자산유동화증권(ABCP)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면서부터다. 당시 A1 등급을 받은 안정적인 채권이 디폴트에 빠지지면서 지방자치단체 보증 기업어음(CP) 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퍼졌다. 이에 신용평가사도 지자체가 보증한 ABCP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섰다.
 

[자료=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레고랜드개발사업 관련 ABCP 규모는 205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 10곳과 자산운용사 1곳이 나눠서 보유 중이다.
 
우선 증권사 중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550억원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어 △IBK투자증권(250억원) △대신증권(200억원) △미래에셋증권(200억원) △삼성증권(200억원) △한국투자증권(150억원) △NH투자증권(150억원) △DB투자증권(150억원) △KB증권(50억원) △유안타증권(50억원) 등 총 195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레고랜드 ABCP를 신탁, 위탁계좌 등 법인고객계정에 편입했다.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멀티에셋자산운용이 100억원을 편입했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5010억원 규모로 형성된 펀드에 레고랜드 ABCP를 편입했으며 수익자는 모두 법인투자자 3명이다.
 
앞서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2020년 레고랜드 건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로 ABCP를 발행했다.
 
이후 아이원제일차가 부도처리됐으며 GJC가 채권을 상환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급보증에 나섰던 강원도는 보증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법원에 GJC에 대한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GJC에 대한 지분을 44%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융위 관계자는 “강원도 ABCP 관련 이슈 이후 확산되는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