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묶인 K-방산]수출 장애물 '국가계약법'…'방위사업 계약법' 제정해 글로벌 빅4 노린다

2022-10-20 13:44

지난 1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화디펜스에서 'K9 자주포 폴란드 수출 출고식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K-방산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1월 국산 무기체계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약 4조원)로 천궁-Ⅱ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데 이어 K2 전차·K-9 자주포· FA-50 전투기 등 최대 40조원대 폴란드 패키지딜이 성사됐다.
 
연말까지 △호주 레드백 장갑차(50억~75억 달러) △말레이시아 FA-50 경공격기(7억 달러) △이집트 K-2 전차(10억~20억 달러) 등 현재 진행형인 사업 수주에 모두 성공한다면 최대 200억 달러에 이르는 수출액을 달성하게 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방산 수출액이 연간 20억~30억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전 세계 방산시장에서 한국은 10위권 안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빅4와 경쟁하거나 K-방산이 안보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원동력이자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대못이 ‘국가계약법’이다. 국가계약법은 시장경제 논리를 적용한 최저가 입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최저가 입찰 방식은 국내 방위산업 기술력을 저해하는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방위사업(Defense Acquisition)’은 대규모 투자와 고정비용 비중이 높고,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국방 관련 연구개발에 있어 성능이나 품질 자체를 중시한다. 그런데 국가계약법은 도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간 많은 방산업체가 계약 불이행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받고 경영에 타격을 입은 이유다.
 
국가계약법이 확정계약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장기전이다. 반면 글로벌 기술 발전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방산업체가 최초 사업 계약 당시 국가가 요구한 성능을 그대로 준수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성능 개량으로 인한 수정 계약이 필수인데 국가계약법 아래에서는 계약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법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방위사업계약에 관한 법률안(가칭)’ 제정을 추진 중이다. 공개된 법률안의 핵심은 제6조(계약의 체결 등) ①항이다. 이 조항에는 ‘국가계약법 및 관계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종류·내용·방법, 낙찰자 결정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최저가’ 위주인 현행 국가계약법과 달리 ‘성능·기술력’ 중심으로 낙찰자 결정 방식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법률안에는 지체상금(계약 이행 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액) 감면과 유연한 계약 변경이 가능한 근거도 마련됐다. 불가항력, 도전적 연구개발 성실 수행, 정부에 일부 책임이 있을 때 등 사유로 이행이 지체되면 지체상금이 감면되며 계약 기간·금액·조건 등을 변경할 수 있다. 방위사업계약 관련 업체의 불만·이의사항 등을 심의·조정할 수 있는 ‘방위사업계약 조정위원회’ 설치 내용도 담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 겸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연구소장은 “K-방산 전성시대를 맞이한 한국 방위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뛰어넘어 범위의 경제 실현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위산업 특수성을 고려한 관련 법안이 결실을 맺어 치열한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 방산 수출을 도모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