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5조5000억 철근 담합' 7대 제강사 압색...수사 확대 가능성

2022-10-12 14:32
협의에 또 협의...'투찰 예행 연습'까지 진행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철근 입찰 담합 혐의를 받는 국내 7대 제강사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는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 과정에서 사전 낙찰 물량을 정하고 투찰 가격을 합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가 확대되면 이들 담합에 가담한 압연사까지 검찰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국내 7대 제강사(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한국철강·와이케이스틸·환영철강공업·한국제강) 본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입찰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조달청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 낙찰 물량을 나누고 투찰 가격을 합의한 현대제철 등 11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2565억원을 부과했다. 당초 14개 사업자가 해당 담합에 가담했으나 3개 사업자는 파산 선고 및 폐업으로 종결 처리했다. 

공정위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7대 제강사 법인과 전·현직 직원 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당시 "이 사건 담합을 주도하고 담합 사실을 부인하면서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을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제강사 과징금 [표=공정거래위원회]

검찰에 따르면 이들 담합 규모는 약 5조5000억원으로, 조달청 관급입찰 사상 가장 큰 규모다. 입찰 공고가 나면 7대 제강사 입찰 담당자들이 만나 협의하고, 조달청에 가격자료를 제출하는 날 압연사 담당자들과 만나 추가 협의하는 방식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입찰 당일에 조달청 근처에 모여 투찰 예행 연습까지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총 28건 입찰에서 단 한 번도 탈락 업체가 생기지 않았고 투찰율(예정가격에 대한 낙찰금액 비율)은 대부분 99.95%를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관련자들은 소환할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선 해당 담합에 가담한 압연사(화진철강·코스틸·삼승철강·동일산업 등)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