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한 번에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사상 초유의 5연속 기준금리 인상이자 역대 두 번째 '빅스텝' 행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400원대를 상회하는 원·달러환율과 외환리스크,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2.5%에서 0.5%포인트(50bp) 올린 3.0%로 결정해 운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이창용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금통위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 리스크가 증대됨에 따라 정책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지난 8월 이후 두 달여 만이다. 금통위가 진행한 마지막 금리 결정 회의가 8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다. 최근 금통위는 지난 4월 이후 진행되는 모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손을 들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은 한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5회 연속 인상이자 지난 7월에 이어 석 달 만에 단행된 역대 2번째 빅스텝 인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달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89명이 이번 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6명)은 빅스텝보다 보폭이 큰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급격한 통화긴축정책에 따른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부작용과 달러 강세 기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복합적 악재 속에서 불가피했다는 시각이 높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면서 미국 정책금리(3.0~3.25%)가 국내 기준금리를 웃돌고 있다. 한은의 이번 빅스텝으로 일단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최대 0.25%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지긴 했으나 내달 있을 FOMC 회의에서 연준의 추가 자이언트스텝이 유력시되고 있어 향후 금리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1430원까지 치솟는 등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핵심요소인 물가 역시 5~6%대 상승세를 이어가며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근원물가(식료품·농산물 제외)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대를 유지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금통위 판단이다. 

다만 이번 빅스텝 결정에 금통위원 전원이 찬성한 것은 아니다. 금통위원 2인(주상영, 신성환)은 0.25%포인트 금리 인상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50bp 인상을 두고 위원들 간 의견이 갈렸다"며 "소수의견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금통위의 전반적인 의견은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 연준이 내달 FOMC 회의에서 어떠한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에 따라 전 세계 시장이 동요할 수 있는 만큼 대외여건 등을 보고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