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다낭 수영장 감전사로 본 베트남 '안전불감증'
2022-10-12 14:00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감전사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관련 보도들에 따르면 지난 10월 5일 한국인이 많이 찾는 다낭의 F호텔 수영장에서 30대 한국인 여성이 사망했다. 제보자는 사망자가 수영장 계단에서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구조대원에게 응급 처치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는 하노이 공안부 법의학 센터가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명확한 사인 조사는 발표되지 않았다. 유가족은 수영장에 배치된 조명기구에서 전류가 흘렀다며 감전사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알려지면서 여론은 비난 일색이다. 베트남의 만연한 안전불감증 문제가 그대로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이다. 한 네티즌은 반복되는 수영장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감전사가 발생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해당 수영장을 관리한 호텔도 문제지만 사망자를 소위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 시간 동안 방치한 응급 당국에도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대형 화재 등 안전사고 연이어 터져...‘감전사’ 치명률 특히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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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가 발표한 지난 2020년 베트남 산업재해사고 발생 건수다. 하루 평균 24건, 1시간에 한 번꼴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교통사고와 일반 사고는 제외한 것이라 안전 관련 사고는 더욱 잦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감전사의 경우 사망률이 상당히 높다. 감전사는 베트남 안전사고 전체의 13.76%이지만 전체 사망의 13.04%를 차지했다. 사고 사례도 결혼식장에 설치된 얽혀있는 전기선에 감전된 경우, 홍수 이후 집에 복귀해 플러그를 꽂고 집에서 청소를 시도하다 감전된 경우, 샤워 시 온수기 합선으로 인한 사망 등 다양했다.
베트남 내 안전사고 중 가장 많고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화재다. 지난달에도 남부 빈즈엉성의 한 노래방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33명이 사망했다. 원인은 전기공사 부실과 관리 미비로 인한 전기합선의 문제였다. 현지 매체들은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고, 팜민찐 총리 또한 화재 예방과 구조 작업에 여전히 많은 한계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안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7~2021) 베트남 전국에서 화재 사고만 총 1만705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433명, 부상자는 790명이었다. 재산 피해는 7조 동(약 413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화재의 주요 원인은 전기 합선과 화재 방지 시스템 설치 부족, 안전관리자 숙련도 미비 등이 꼽혔다
현지 일간 단찌(Dan Tri)는 “특히 감전과 화재 사고는 전기 계통이 쉽게 손상되는 우천 시 자주 발생한다”며 “요즘과 같은 태풍과 장마철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관련 법규 강화...낮은 인식과 관리 숙련도는 여전한 문제
베트남의 산업안전 관련 법규는 최근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부터 베트남은 관련 법령인 ‘노동안정위생법’을 대폭 강화했고 한국 등 주요 선진국의 관계 법령을 대폭 적용했다. 안전사고를 줄이려는 베트남 정부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의 안전불감증 문제는 법령만으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안전에 대한 낮은 의식, 도시 인프라 미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현지 건설 업계관계자인 A씨는 “근로자들이 근무 시 안전모를 생활화하는데만 1년이 걸렸다”며 “안전의식이 낮아 관리자들이 힘겨운 상황에 부닥친다. 매주 안전교육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 관계자인 B씨는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현지 근로자들은 죽음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며 “고층 건물에서도 밧줄이나 기타 안전장치 하나 없이 너무나도 태연히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엔 일부 개선됐지만, 상황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안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개도국의 특성에 업무의 책임소재 미비, 일단 넘어가는 문화적 특성, 외부 작업이 어려운 덥고 습한 기후적 요인 등이 더해져 안전사고 비율이 결국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하노이 요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당 주방에서는 매일 같이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고도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노동자들이 주의력 태만으로 그릇을 옮기다가 수시로 놓친다며 이 또한 작은 안전사고의 유형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지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무엇보다 본인”이라며 “베트남에서는 부지불식간에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일반화된 저가 품질의 전기공사도 안전사고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다낭 한인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 또한 현지 호텔이 한국에서는 일반화된 접지콘센트만 사용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말했다.
그는 "관리자가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이나 펜스(울타리)를 세워뒀을지 의문이다"며 "조명 등 호텔 비품 관리도 서류상으로만 확인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은 물론이고 관리 역량 부재로 누수가 잦은 콘센트가 잘못 사용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