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37) 유투버들이여! 한-베 이간질을 멈춰라

2022-09-26 16:18

[안경환 한국글로벌학교(KGS)이사장]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서로 부딪쳤던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12월 22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였다. 그리고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이 되었다. 지난 한‧베 수교 30년사는 900여 년의 두 민족 교류역사에 비하면 1/30에 불과한 짧은 기간임에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양국 간의 교역 규모는 1992년 수교 당시 5억 달러(4억 9천만 달러) 수준에서 2021년에 807억 달러를 달성하였다. 무려 161배나 증가하였다. 금년 연말이 되면 양국 간 교역액 1,000억 달러,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 누적액 1,000억 달러(2022년 5월 말 기준 790억 달러), 베트남 투자 한국 기업 수 1만 개(2022년 5월 말 기준 9,288개) 달성이 예상된다.

이 같은 성과는 한민족과 베트남민족 사이에 음과 양으로 통하는 어떤 문화적 유사성이 생산적인 작용을 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베트남 리(李)왕조의 왕자 2명이 정선(旌善)이씨와 화산(花山)이씨의 시조가 되었다는 사실과 1363년 원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된 문익점(1328~1398년) 선생이 황제의 미움을 받아 교지(Giao Chỉ)로 귀양을 갔다가 3년 만에 귀국하면서 가져온 교지의 목화 씨앗은 한‧베 우호 협력관계 발전을 견인할 자양분으로써의 가치가 높다. 논농사를 지어 쌀을 주식으로 하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과 베트남은 생활 모습이 매우 유사하다. 연경에 파견된 사신들은 서로 만나 우의를 나누었다. 1460년 조선의 서거정(徐居正)과 레(黎)왕조의 양여곡(Lương Như Hộc)이 연경에서 최초로 만난 이후 이용숙(李用肅)과 범희량(Phạm Hy Lượng)이 만난 1870년까지 총 16회에 걸쳐 교류하였고, 126편의 시와 17편의 글이 전해지고 있다. 두 민족의 사신들이 만나 시를 서로 주고받고 선물을 나누었다. 이러한 우호 정신이 전통으로 내려와 30년이라는 짧은 외교사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두 민족 정치지도자들의 고뇌에 찬 결단이 있었다. 미래를 향한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는 새로운 관계의 정립이 필요했다. 각각 반대의 이념과 명분으로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적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전후 통일 베트남은 경제개발이 필요했고, 우리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다. 적과 동침을 할 것인가? 아니면 화해하고 친구로 할 것인가? 베트남은 “투 꾸 반 머이(Thù cũ bạn mới)- 옛 원수를 새로운 친구로”, “쭈옌 투 타인 반(Chuyển thù thành bạn)- 원수를 친구로”, “켑 라이 꽈 크 흐엉 떠이 뜨엉 라이(Khép lại quá khứ hướng tới tương lai)-과거를 닫고 미래로 향하자”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미래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원수를 친구로 삼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베트남은 과거의 어두움을 닫고 밝은 미래를 선택하였다. 민족 미래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정치지도자들의 몫이다. 베트남은 미국의 무역 봉쇄와 전후 어려운 경제적 여건을 탈피하기 위한 묘안을 찾았다. 1986년 12월 제6차 베트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도이머이”정책이 그것이다. “도이머이”정책은 시장 기능에 의존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탈바꿈하자는 것이었고, 외국인투자를 유치하여 경제를 발전시켜 국민의 먹거리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기존의 보급 경제 체제로는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없었다.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화룡점정은 1992년 한국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에 이은 1995년 미국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였다. 이러한 국제관계의 발전은 한국기업에서 생산한 “Made in Vietnam” 제품의 대미 수출 확대로 이어졌다.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가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수출되어 교역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베트남에서 생산한 삼성 제품의 수출이 베트남 전체 수출의 26%를 차지할 정도이다. 한국과 베트남이 모두 누이 좋고 매부 좋듯이 두 나라는 공동번영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제, 베트남과의 교역 규모는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 번째 규모가 되었고, 2021년 2월에는 한국어가 제1외국어로 편입되어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 52개 베트남 대학에 한국학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한국어의 인기가 높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는 취업이 잘되는 희망의 언어가 되었다. 해외 유학 희망자 10명 가운데 6명은 한국으로 유학을 꿈꾸고 있다. 코로나 발생 전에 아세안 국가에 여행한 한국인 수가 2019년 1천만 명인데 베트남에만 430만 명이 여행하였다.
 
유사 이래 베트남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베트남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부 몰지각한 유튜버들의 이간질이 자행되고 있어 안타깝다. 그들에게 국익은 뇌리에도 없는 모양이다. 이들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허위 선전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베트남에 대한 가짜 뉴스는 COVID-19 발생 이후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2020년 COVID-19 발생 초기 한국 국적기를 회항시킨 일로 인하여 유튜브 채널과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을 배신한 베트남’으로 표현하고, 있지도 않은 삼성의 베트남 철수를 기정사실인 듯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유포시키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베트남을 검색하면 베트남에 대한 가짜 뉴스 제목들이 여러 개 나온다. ‘베트남 가짜뉴스’를 조심하세요, ‘삼성, 베트남 직원 40만 명 일괄해고’, ‘베트남 국가 파산 사태 선언’, ‘기재부, 한국기업 베트남 철수 권고’ 등 모두 황당한 내용이 즐비하다. 또한,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베트남에서 철수를 결정하자 베트남 노동자들이 사장실을 점거하며 시위를 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70만 조회 수를 훨씬 넘고 있다. 조회 수를 올려 이익을 취하려는 유튜버들의 장난질에 불과하겠지만,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20만 명에 달하는 교민들의 각종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어렵게 쌓아 올린 양국 국민 간의 우호적인 감정까지 헤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각축장이 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막강한 나라가 베트남인데,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는 나라는 일본과 중국이 될 것이다. 허위 사실로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관계를 위협하는 유튜버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양식이 있는 베트남 사람들이 반문한다. 국익을 우선하지 않는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가짜뉴스가 나라를 망친다. 한국과 베트남간의 이간질을 일삼고 혹세무민하는 몰지각한 유튜버들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이들은 한국과 베트남 간의 우호 협력관계를 악화시켜 이득을 보려는 세력의 부추김이 있거나 조회 수를 늘려 금전적 이득을 보려는 매국노임이 분명하다.
 
지리적으로 멀고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는 한민족과 베트남민족이 연대하여 중국을 견제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5천 년 역사에서 중국을 견제했던 변방 민족은 한민족과 베트남민족이었다. 한민족과 베트남민족이 연대할 수 있다면 가공할만한 위력이 될 것이다. 거기다 몽골까지 연대한다면 중국몽은 일장춘몽이 될 수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두 민족의 전통적인 우호 정신을 살려 나가고, 베트남과 함께 과거를 닫고 미래를 향해 나가면 양국 관계는 계속해서 정치, 외교, 국방,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심화 발전될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협력 진작은 베트남 외교사 우뚝 선 인물 판후이익(潘輝益)이 남긴, ‘향기로운 술맛’보다도 더 좋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유튜버들이여! 제발 한국과 베트남간의 이간질을 멈춰라.



안경환 필자 주요 이력

▷한국글로벌학교(KGS) 이사장 ▷하노이 명예시민 ▷전 조선대 교수 ▷전 한국베트남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