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장건재 감독이 영화를 만들며 중요시하는 가치들

2022-10-02 10:30

 

장건재 감독. 그는 영화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대한 글을 쓰는 등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영화를 하면서 중요시 여기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장건재 감독 [사진=김호이 기자]


Q. '괴이'를 통해 티빙에 발을 내디뎠는데 OTT 작업이 많아진 요즘, 작업적인 측면에서 달라진 게 있나요?
A. 지난 2년 동안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관도, 영화산업도 침체기였어요. 저를 비롯해서 많은 감독님들이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도전이었고요.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있어요.
 
Q. OTT 서비스가 영화일까요? 드라마일까요?
A. 우리가 영화라고 하면 스크린을 기준으로 얘기를 많이 하는데 '괴이'라는 작품은 TV나 스크린이 아닌 실시간 동영상 플레이 서비스가 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영화도 방송도 아닌 중간지점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OTT라는 뜻 자체도 TV를 넘어서는 매체거든요. 그래서 '괴이'도 그 중간지점에 있는 작업이었다고 봐요.
 
Q.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A. '괴이'가 무사히 잘 끝났고요. 지난 몇 년 동안 했던 작업들을 마무리하고 있고 요즘은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Q.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요?
A. 영화 ‘한국이 싫어서’라는 작품이에요. 장강명 작가의 원작소설이 있는 걸 영화화하려고 하고 있어요.
 
Q. 장건재의 페르소나는 누구인가요?
A. 영화를 만들면서 그때그때 만나는 배우들이 제 페르소나라고 생각해요.
 
Q. 그 이유가 뭔가요?
A. 아무래도 영화의 주인공이 제가 생각하는 이 이야기에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고 감독으로서 주인공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배우가 제 페르소나라기보다는 개별 작업을 할 때마다 만나는 배우들이 제 페르소나라고 생각해요.
 
Q. 영화 작업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크게 배우나요?
A. 사람과의 관계를 배우는 것 같아요.
 
Q. 감독님들을 만나면 꼭 묻고 싶었어요. 인간관계를 어떻게 관리하세요?

A. 작업을 함께하는 파트너를 구한다는 것은 작업을 하는 동안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거잖아요. 그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같이 보내느냐, 그 시간을 누구와 보내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영화를 만드는 동안 시간을 함께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Q. 영화에서 중요시하는 건 무엇이고, 인생의 영화에서 중요시 여기는 건 뭔가요?
A. 감독으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가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가를 중요시하고 인생의 영화에서는 이 영화를 통해 시간을 보냈을 때 아깝지 않고 가치 있는 시간을 공유하는 인생의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Q. 인생이 영화라고 한다면 지금 어느 부분을 지나고 있나요?
A. 인생에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기가 끝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어요. 체감으로는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태에서 이제 첫발을 내딛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해서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여기가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나한테 좀 더 주어진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원하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있나요?
A. 태어나고 죽는 장면이 첫 장면과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고 긴 러닝타임의 영화 속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Q, 배우들과 유대관계를 맺는 방법이 있나요?
A. 작업하는 시간을 중요시하고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이 첫 번째인 것 같고 작업이 끝나고도 친구로 지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이 있나요?
A. 친구라는 의미가 말을 놓거나 매일 통화하지 않더라도 나와 그 사람이 서로 친구라고 생각을 하느냐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이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Q. 감독님만의 캐스팅 방법이 있나요?
A. 다른 영화들을 보면서 이 영화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을 찾기도 하고요. 오디션을 통해서 배우들을 만나기도 해요.
 
Q. 만약 ‘괴이’같이 인생의 지옥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A. 견디고 버텨내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무엇을 만들까, 무엇을 보여줄까에 대한 걸 어떻게 정하나요?
A. 제가 생활인으로서, 자연인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하는 고민들을 영화로 만들고 있어요. 그런 고민들을 지속하면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게 저의 목표예요.
 
Q. 요즘은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나요?
A. 산다는 건 무엇인가와 같이 거창한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Q. 직업병이 있나요?
A. 많이 보면서 눈을 많이 쓰는 게 직업병이에요.
 
Q. 어떤 경험들이 지금의 장건재의 창작에 영향을 줬나요?
A. 특별한 개별 경험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들이 있을 텐데 사실 교훈은 실패나 어려웠던 경험들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 같아요. 고통스러운 실패의 경험들이 어떻게 삶에 재료가 되는가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Q. 영감과 아이디어의 원천은 뭔가요?
A, 제가 살면서 경험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핵심이 이루어졌을 때 이야기화되는 것 같아요.
 
Q. 롤모델이 있나요?
A. 영화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많은 분들이 있어요.
 
Q.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과는 어떤 인연을 가지고 있나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좋은 과정을 통해서 귀감이 될 만한 작업과정을 가지고 있는데, 중요한 방법론이고 그 과정을 통해서 흥미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해요.
 
Q, 좋은 작업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Q. 원래 꿈은 뭐였나요?
A. 영화감독의 꿈은 18살 때부터 꿨는데 그전에는 특별한 꿈은 없었는데 영화를 보러 다니다가 영화감독의 꿈을 꾸게 됐어요.
 
Q.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전형적인 불량학생이었어요. 학교는 생각나면 가고 늘 유급의 위기에 있었고 학교 공부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학생이었어요.
 
Q. 영화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좋은 영화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생각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국 영화는 자기 생각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생각의 깊이를 얼마만큼 만드느냐가 어떤 영화를 만들어내느냐를 결정하는 것 같아요.
 
Q. 영화감독으로서의 장건재, 사람으로서의 장건재는 어떤 사람인가요?
A. 영화감독으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Q.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들을 만드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나요?
A. 관객들이 영화를 봤을 때 그 시간이 가치 있는 작업을 하고 싶고, 사람으로서도 이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가치 있는 인간이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인생의 영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우리가 지구에서 태어나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게 될 텐데 이 지구에 공해가 되지 않고 이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저라는 사람, 제가 만드는 작품들이 이 세상에 공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을 하고 있을 테니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한 장건재 감독(왼쪽).  [사진=김호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