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코트' 5년...거짓말 논란·장기미제 증가 등 '첩첩산중'

2022-09-25 15:10
거짓말 논란...퇴임 1년 앞두고 檢수사망 오른 대법원장
사건 적체, 미제 사건 증가...'대법관 증원' 속도내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대한변협 창립 제70주년 기념식 및 제30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2017년 9월 26일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사 일부)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여진과 거짓말 논란, 정치권 눈치보기 등 사법부를 둘러싼 문제들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장기 미제 사건 처리와 재판 지연 문제, 상고제도 개선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26일 퇴임을 1년 앞두고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사표 수리를 거부해 놓고 국회에는 거짓 해명했다가 들통난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 거짓말 논란···퇴임 1년 앞두고 檢수사망 오른 대법원장
김 대법원장이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약 1년 2개월 만에 수사를 재개한 것이다. 검찰은 최근 임 전 부장판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과거 김 대법원장을 찾아가 사표를 제출한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짓말 논란'은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국회에서 임 당시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이 추진 중이던 때에 김 대법원장이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데서 시작됐다. 논란 당시 대법원은 "김 대법원장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임 전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김명수 코트(court·법원)' 5년, 법원 안팎에서는 판사들이 윗선 눈치를 보는 '법관 관료화' 현상은 완화됐지만 정의와 양심의 보루인 법원이 되레 정치권 눈치를 보는 현상이 선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 사법농단 원인이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에 있다고 보고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신설하는 한편 '법관의 꽃'이라고 불리던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폐지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사법부 수장이 법원을 지키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정치권 눈치만 보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돼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며 "다만 법원도 조직만 지키려고 하는 검찰처럼 보일 수 있어 내부 불만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사건 적체, 미제 사건 증가···'대법관 증원' 속도 내나
법원 내 사건 적체 현상은 극심한 상황이다. 대법원에서 처리하는 본안 사건은 매년 4만~5만건으로 대법관 1명이 연간 4000건의 주심 사건을 처리하고 있으며, 주심이 아닌 사건까지 포함하면 약 1만5000건에 이른다.

사건 적체와 함께 장기 미제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 법원에서 2년 내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이 민사소송은 약 3배, 형사 소송은 약 2배 각각 증가했다. 특히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5년 넘게 판결을 내리지 않은 '초장기 미제' 사건은 5배 가까이로 폭증했다. 한 재경 법원 판사는 "판사들이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와 명분이 사라진 게 크다"며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 등에 따른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고 우려했다.

김명수 코트는 대법관 증원으로 사건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법원 '상고 제도 개선 실무 추진 태스크포스(TF)'는 현재 상고심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 대법관을 14명에서 18명으로 늘리는 내용에 대한 연구‧검토 결과를 법원 내부망에 올리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4명 정도 대법관을 증원한다고 해서 상고심으로 몰리는 사건 수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감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