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쌍용차 회생' 이끈 세종 도산팀 "금리인상 장기화, 파산 증가 전망"

2022-09-28 13:39
"한계 기업 자력갱생 돕는 'ARS제도' 확대 중요"

법무법인 세종 도산팀 소속 김영근 변호사(사법연수원 34기·왼쪽)와 최복기 변호사(30기)가 28일 법무법인 세종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 분위기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도산하는 기업이 쏟아질 겁니다." 

쌍용자동차 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이끈 법무법인 세종 도산팀 소속 최복기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와 김영근 변호사(34기)는 28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금리 인상으로 한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법무법인 세종 도산팀은 지난달 26일 쌍용차에 대한 지난 2년간 회생 절차를 마치고 정상 기업으로 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왔다. 2009년 쌍용차는 첫 번째 회생 절차를 밟을 때부터 세종과 함께했다. 인도 마힌드라와 인수합병(M&A)이 끝나도 구조조정에서 발생한 노사 문제에 따른 법률 자문도 제공했다. 쌍용차 2차 회생 절차는 이르면 오는 11월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 기업 자력 갱생 기회 주는 'ARS 제도'
이들은 쌍용차 2차 회생 절차에서 "포괄적 금지명령과 보전 처분을 받아내는 게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들에 대해 채권 행사를 동결하는 조치로, 보전 처분은 어려워진 기업이 따로 자금을 은닉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회생 절차가 신청되면 회생 개시 결정은 2~3주 내에, 최대 한 달 내에 한다. 그런데 법원은 쌍용차 2차 회생 절차 유보를 통해 기업들에 자력 갱생 기회를 줬다. 

세종이 법원에 'ARS 프로그램(자율구조조정지원·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를 적용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채무자의 회사와 채권단이 사적 구조조정 절차를 우선해 진행하도록 여지를 주는 제도다. 김 변호사는 "회사의 기업 계속가치를 높여 채권자들에게 변제하는 금액을 최대화하기 위해 회생 절차 개시 이후 M&A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2차 회생 절차를 진행하면서 난관도 있었다. 김 변호사는 "채권 행사가 동결된 상태에서 4개월에 가까운 ARS 기간에 미국 HAAH사와 M&A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HAAH사와는 M&A가 무산됐다. HAAH사가 미국 현지에서 파산 단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결국 쌍용차는 ARS를 통해 법원 감독하에 회생 절차 인가 전 M&A 절차를 마무리했다. 
 
◆ 유동성 시장 끝, 금리 인상 기조···"도산 기업 늘어날 수도"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영향으로 한국은행도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이 도산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서도 "도산 사건은 큰 이벤트, 가령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있고 나서 6개월이나 1년이 지나면 급증한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 도산 기업들이 대거 쏟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까지 '도산 사건 전성기'가 펼쳐졌고,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저축은행 연쇄 파산, 해운사, 건설회사 등이 도산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 국면이 지속되면서 도산 사건은 현저히 감소했지만 그는 "현재와 같은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 도산 사건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기업들이 최악의 순간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개입하는 건 마지막 단계"라면서 "법률에 의해 살아나려면 '회생'을 해야 하는데, 회생 절차를 통해 기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너무 체력이 고갈된 상태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회생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회사 운영자금 등 자력 갱생이 가능할 정도로 '자금 체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