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이 남양유업 지분을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넘겨야 할 위기에 처했다. 작년 한앤코와 다툼을 벌이던 소송에서 모두 패소하면서다. 22일 1심 재판부는 홍 회장 일가에게 한앤코에 주식을 넘기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홍 회장 측이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주식 양도 소송은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의 쌍방 대리, 백미당 분사와 별도 합의안 미이행 등 두 가지였다. 이들 사안은 홍 회장 측이 주식매매계약(SPA)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의혹들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홍 회장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홍 회장(51.68%), 오너 일가(1.4%) 지분을 넘겨받은 한앤코는 남양유업 대주주(53.08%)로 등극하게 된다. 

그간 진행했던 네 번째 판결까지 한앤코가 유리한 입지를 점하면서 홍 회장 측 '완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 간 법적 공방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앞서 법원은 한앤코가 남양유업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남양유업-대유 협약이행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모두 한앤코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날 홍 회장 측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홍 회장 측은 “피고는 가업으로 물려받은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쌍방대리 행위 등으로 매도인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며 “판결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피고의 권리 보장을 위해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앤코 역시 가처분 소송 등 추가 소송으로 적극 방어에 나서겠다는 방침인 만큼 양측 간 법적 공방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앤코는 경영권 인수 작업을 조속히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경영에 간섭할 권한은 없는 상태다. 홍 회장 등을 주축으로 한 현 경영진 임기도 길어지게 됐다.

이를 고려해 한앤코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홍 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해 경영 일선 퇴진을 촉구했다. 한앤코 측은 "남양유업 임직원과 소액주주, 대리점, 낙농가 등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어 (홍 회장은) 경영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국민들 앞에 스스로 약속했던 경영 일선 퇴진과 신속한 경영권 이양을 이행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홍 회장이 항소로 대법원까지 끌고 가면 인수 작업은 최대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앤코가 추가 소송을 검토하는 것도 인수 작업이 더 지연되면 안 된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 한앤코 관계자는 "인수 작업이 1년 넘게 지연되면서 인재 유출도 심하고 주가 흐름도 좋지 못하다"며 "경영 정상화까지 드는 시간과 비용까지 생각할 때 홍 회장 측에 추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남양유업은 '경영 공백' 상태다. 작년 11월부터 남양유업은 김승언 경영지배인 체제로 전환하고 비상경영을 이어오고 있지만 주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조직 기강을 바로잡기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남양유업은 2019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도 커졌다. 올해 상반기엔 남양유업 영업손실액이 4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3% 급증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이날 판결이 나온 직후 남양유업 주가는 전일(44만1000원) 대비 7%가량 빠진 41만원을 기록하다 소폭 회복해 5.33% 떨어진 41만7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