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진표와 반계탕 만찬한 리잔수...이청조 '여몽령' 읊었다

2022-09-21 03:00
리잔수 "아름다운 미래의 황금 30년 열어나가자" 화답

김진표 국회의장과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회담을 마친 후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권력 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찬하면서 중국 송대 여류시인 이청조(李淸照·리칭자오)의 '여몽령(如夢令)'을 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또한 김 의장과 리 위원장은 반계탕(半鷄湯)을 추가한 만찬 메뉴를 곁들이면서 양국 간 우호를 다졌다. 리 위원장은 지난 15∼17일 2박 3일간 한국을 찾아 김 의장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도 만났다.

2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리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의장 공관 만찬에서 이청조의 여몽령 시를 즉석에서 낭독하며 고향을 그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는 "비가 내리고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어젯밤(昨夜雨疏風驟), 깊은 잠을 푹 잤는데도 술 기운이 가시지 않았네(濃睡不消殘酒). 발을 걷고 있는 아이에게 물으니(試問捲簾人), 해당화는 여전하다 하네(却道海棠依舊). 아시나요?(知否?) 푸른 잎은 무성해도 붉은 꽃은 모두 시든 것을(應是綠肥紅瘦)"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김 의장은 만찬 환영사에서 한·중 수교 30주년을 언급하며 "(양국은) '복이 있으면 함께 누리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감당해야 하는(有福同享 有難同當·유복동향 유난동당)'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장은 "리 위원장이 중추절 밤에 고향을 그리며 지은 '강반사향(江畔思鄕)'이라는 시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 시는 리 위원장이 2004년 중국 중추절 밤에 하얼빈 시내에 흐르는 쑹화강 강가에서 고향을 그리며 직접 쓴 시다. 리 위원장은 김 의장의 환대에 "앞으로 아름다운 미래의 황금 30년을 열어나가자"고 화답했다.

양국 만찬 메뉴에는 비빔밥과 궁중신선로를 비롯해 보은 대추, 통영 통 해삼, 제주 옥돔, 횡성 한우, 강화 홍삼 등이 올랐다. 추가 메뉴로는 반계탕이 선정됐다. 중국인들도 즐겨 먹는 대한민국 대표 보양식 '삼계탕'은 2015년 한·중 정상회담 때 '수출 검역·위생 조건'에 합의하면서 이듬해 중국에 첫선을 보였다. 

김 의장은 만찬 자리에서 리 위원장에게 분청사기 상감 보리문 항아리를 선물했다. 리 위원장은 중국 산수화인 '송학연년'을 김 의장에게 건넸다. 소나무·학·샘물을 표현한 이 그림은 양국 간 우호 의지가 담겼다. 

이날 만찬에는 양전우(楊振武) 전인대 상무위원회 비서장, 우위량(吳玉良) 전인대 감찰·사법위원회 주임위원, 쉬사오스(徐紹史) 전인대 재정경제위원회 주임위원 등이 함께했다. 국회에서는 김영주 부의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석기 사무총장, 윤재옥 외교통일위원장,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박경미 의장 비서실장 등이 동석했다.

경제계에서도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황득규 삼성전자 사장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