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가전시장…활로는 '프리미엄·스마트 제품'

2022-09-19 05:15

국내 가전시장이 올해 추운 겨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주거공간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제품 수요가 급증했던 최근 2년에 비해 올해는 경기 위축 우려로 소비 둔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전 기업들은 정중동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해 실적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스마트·에너지 절감 신제품 개발도 꾸준히 진행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요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가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가전제품 33개 판매 금액 기준으로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가전시장 전체적으로 4.6% 역성장했다.

이는 올해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가 제기되면서 수요가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국내는 물론 미국 등 글로벌 주요국은 기준금리를 급격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통상 금리가 올라가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다. 아울러 지난해까지 가전제품 수요가 많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는 역성장이 크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가전시장 판매 감소는 대부분 오프라인 채널에서 나타났는데, 이 중 프리미엄화에 집중한 백화점만 1.2%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형마트와 가전전문점이 각각 8.6%, 11.7% 역성장한 것과 큰 차이다.

제품군별로 봐도 프리미엄화 추세가 두드러진 카메라와 노트북, 모니터 등 정보기술(IT) 가전 부문은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메라와 IT 가전은 고사양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견조했던 덕에 고가 제품 판매가 많아 성장세가 유지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 기업은 수요 변동이 크지 않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반기 네오 QLED, 마이크로 LED 비스포크 등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도 경쟁 우위로 판단하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한다. 최근 LG전자는 IFA 2022에서 97인치 올레드 에보 갤러리 에디션을 처음 공개했다. 77·83·88형에 이어 초대형 TV 라인업을 확대하고 신기술을 적용한 여러 신제품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제품군을 다시 한번 강화했다.

이 밖에도 가전 기업은 정중동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을 효율적으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 강화 움직임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말까지 거의 모든 생활가전 제품에 와이파이를 탑재해 자사 제품 간 연결 경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스마트싱스와 고효율 기술을 결합해 '에너지 효율 1위 가전'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추진된다.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 안에서 제공하는 'AI 에너지 모드(국내명 AI 절약 모드)'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LG전자도 '업(UP)가전'을 내세워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의 차별점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초 선보인 업가전은 제품 구입 후에도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현재까지 18개 제품을 업가전으로 출시했고, 약 100개 콘텐츠를 업그레이드로 제공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부사장은 "스마트홈 플랫폼이 많은 기기와 연결되는 게 중요한 것은 맞지만 단순 연결, 단순 제어만으로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결성은 기본으로 하되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씽큐를 통한 업가전을 선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IFA 2022에 참여한 삼성전자의 부스 [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