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불안한 환율, 외환위기 전조는 아니다

2022-09-14 06:00

[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며칠 사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1997년이나 2008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쌓이고 있다. 금년 초만 하더라도 달러 당 1200원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환율은 6월 말 1292원으로 치솟더니 9월 7일에는 7% 상승한 1386원을 기록하면서 외환시장은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다른 나라 환율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원화 환율 약세폭이 비교적 큰 편이다. 작년 말 대비 2022년 9월 9일까지 원화가 달러에 대해 16.7% 약세를 보였는데 이는 일본 23.8%와 스웨덴 크로나 17.6% 다음으로 절하율이 크다. 싱가포르 3.9%나 대만 11.5%에 비해서도 절하폭이 크고 베트남 2.9%, 말레이시아 7.7%, 그리고 인도네시아 4.0%보다 더 크다. 달러 인덱스 금년 중 강세폭 13.5%보다도 원화 절하폭이 더 크다. 그러나 여러 나라 환율의 약세가 외환보유액의 많고 적음 때문은 아니다. GDP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이 10.6%에 불과한 인도네시아가 4.0% 약세에 그쳤고 15.9%인 인도가 7.0% 약세를 보였으며 3.2%에 불과한 호주달러가 5.5% 약세에 그친 것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즉, 외환부족 현상 때문에 환율이 불안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금년 중 원·달러 환율이 금년 들어 4월과 5월, 6월과 7월 그리고 8월 이후 이렇게 세 번 큰 변동을 보이며 상승한 이유는 세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무역수지 적자 전환과 경상수지 흑자기조 붕괴 가능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국과 우리나라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다. 먼저 우리나라 무역수지흑자는 2020년 6월 이후 계속 축소되었고 금년 4월 이후로는 무역적자 규모가 점점 커져 8월에는 월간 최대치인 95억 달러를 기록했다. 금년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 달러로 금년 적자는 400억 달러 가까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위에 금년 1월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25%로 미국의 025%(상한)보다 1% 포인트 높았으나 8월 말 현재 격차는 사라졌다. 9월 2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75% 올리면 미국금리가 오히려 0.75% 포인트 높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달러자금을 선호하게 되는 만큼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끝으로 금년 중 우리나라 원화환율이 불안한 것은 외국인의 자본유출 때문이 아니라 내국인의 해외투자 때문이다. 금년 들어 비거주자의 국내주식투자는 줄어들었다. 1월부터 7월까지 누계는 –109.2억 달러이다. 그러나 부채성 증권, 즉 채권투자는 같은 기간 257억 달러 순유입되었다. 대출과 무역신용에서도 310억 달러가 순유입되었다. 결국 비거주자의 주식순유출에도 불구하고 비거주자의 국내 증권투자는 476억 달러 순유입된 셈이다. 반면에 금년 1월부터 7월까지 거주자는 꾸준히 해외증권투자를 늘렸다. 해외주식 투자의 경우 343억 달러가 유출되었고 해외대출 310억 달러 유출, 그리고 해외채권투자가 45억 달러 발생했다. 따라서 1월부터 7월까지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 총액은 698억 달러에 달하여 외국인의 국내투자액 476억 달러보다 훨씬 컸다.
  
 
투자형태별로 보면 주식부문에서 452억 달러 순유출이 빠져 나간 반면 채권부문에서 212억 달러가 순유입되어 합계 240억의 외환 유출이 일어났다. 직접투자에서도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 유출이 426억 달러가 발생한 반면 비거주자의 국내 직접투자는 97억 달러에 그쳐서 330억 달러 순유출이 일어났다. 결국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외화 순유출을 주도한 투자가는 비거주자가 아니라 거주자의 대외주식투자와 해외직접투자였다는 점이다.
 
이런 점으로 봤을 때 1997년이나 2008년과 같이 외국인의 외환수요 급증 혹은 유출에 따른 외환위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된다. 첫째로 금년 중 외환유출이 일어난 주된 이유는 비거주자의 국내투자 회수 때문이 아니라 거주자의 대외증권투자와 해외직접투자 때문이었다. 금년 중 비거주자의 국내 증권투자 회수가 계속해서 발생했지만 그 이상으로 국내 채권을 매입하였기 때문에 비거주자에 의한 외환수요 급증 및 부족 현상은 7월까지는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금년 1-7월 증권부문 대외순투자 유출액 240억 달러와 직접투자부문 대외순투자 330억 달러를 합하면 570억 달러였으나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누계 259억 달러와 외환보유액의 감소 144억 달러와 기타투자회수 229억 달러로 충당하였다. 따라서 비거주자 국내투자가 급격하게 회수되지 않는 한 외환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거주자의 대외투자는 정부의 규제 하에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외환거래법상 규제를 통해 투자를 관리할 수 있다. 예컨대 외환거래법 제11조 2항에서 외환시장의 안정과 외국환업무취급기관 등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외국환업무취급기관 등의 외국통화 자산·부채비율을 정하는 등 외국통화의 조달·운용에 필요한 제한을 할 수 있다. 또 외환거래법 제12의2조에 따라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입·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금융시장에서의 역할, 취급 외국환업무 및 외국통화 표시 부채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비록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하더라도 원화 환율의 불안정은 계속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 금리가 한국금리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막대한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인하여 미국과 동일하게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미국금리가 한국금리보다 높으면 달러 혹은 달러표기 자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형성되면서 원·달러 환율을 꾸준히 올릴 것이다. 또한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400억 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금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크게 위축될 것이다. 무역수지 적자 및 경상수지 흑자 축소는 원화환율을 불안하게 만드는 두 번째 중요한 요소다. 외환당국의 환율안정 수단도 마땅치 않다. 외환보유액이 4300억 달러에 달하지만 즉시 가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5%에도 미치지 못하며 대부분 국채 혹은 회사채 형태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유동성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외환시장의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일일 거래량을 감안하면 쉽사리 효과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능력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봐야 된다. 결국, 기준금리도 마음껏 올리지 못하고 무역수지도 흑자로 전환시킬 묘책이 없는데다가 적극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킬 정책수단도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그저 큰 불안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