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해법' 마지막 민관협의회 종료...정부예산 사용 대위변제 부적절 중론

2022-09-05 20:51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 전경.[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일 관계 최대 난제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모색하는 민관협의회가 4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더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열린 협의회에서 피해자 측은 정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피해자에 지급하는 '대위변제' 방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고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부는 다만 더 광범위한 형태의 의견 수렴은 물론 한국 정부의 해결안을 도출을 위한 작업은 계속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협의회에서 △그동안 파악된 피해자 측 입장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 이행 문제 △이행 주체와 판결금 지급 재원 △강제징용 문제 대상자 규정 △일본의 사과 △추모·연구사업 등 추가조치 등 6가지 쟁점이 토의된 가운데,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의 배상과 사죄 △원고와 피고 간 직접 협상 △정부 예산을 사용한 대위변제 사용 불가에 대해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판결 이행에 대해선 일본 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대위변제 방안과 채권자의 동의를 전제하지 않고 채무를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됐다. 

'병존적 채무 인수'의 경우 민법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축적된 관행 중 하나로, 채무 인수 과정에서 원 채무자의 채무를 면제시키지 않고 제3자(인수인)가 그대로 인수하는 방안이다. 법적으로는 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회의에선 채무를 인수해 구상권을 획득하게 되면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검토도 이뤄졌다.

다만 피해자 측은 두 가지 방안 모두 정부가 관여한단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의했다. 

일본의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측은 "일본의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사과의 주체나 수위 등에 대해서는 민관 차원에서 어떤 수준이 바람직한지 얘기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며 결국 일본의 호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관협 차원에서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이날 의견이 오갔다. 사과를 비롯해 피해자들이 만족하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필수적인 만큼 정부는 앞으로 대(對)일 교섭에도 더 활발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피해자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가급적 신속하게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과 교섭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정부안 도출 시기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앞서 지난 7월 4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학계·법조계·언론계 인사, 전직 관료 등과 함께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논의하는 민관협의회를 네 차례 개최했다. 1, 2차 회의에는 일부 피해자 측 관계자도 참석했으나 3차 회의부터는 빠져 정부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지난 2일 광주 방문 등을 통해 개별 접촉을 시도해오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4차 협의회를 끝으로 같은 형식의 협의회는 열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피해자 측 및 전문가들을 상대로 더 광범위한 형태의 의견 수렴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분들, 소송대리인 및 지원단체와는 앞으로 의사소통을 계속할 것"이라며 "오늘과 같은 (협의회) 형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좀 더 외연을 넓힌 수렴 절차는 앞으로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