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유치 위해서라면…추석 연휴 반납한 '회장님들'
2022-09-05 18:21
이재용, 英 차기 총리와 만남 조율… 美·중미 생산거점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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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석에 임박해 구라파(유럽) 쪽에 출장을 가서 몇 나라를 돌면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작업을 해주실 것 같다. 현대차도 하고 있으며, 롯데도 LG도 마찬가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말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의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전 행보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은 이 기간 해외를 찾아 부산엑스포 민간외교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일 재판 출석을 마지막으로, 오는 15일까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과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해왔다. 하지만 추석 연휴인 9∼12일 재판이 열리지 않아, 이 부회장은 모처럼 해외 출장길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만큼, 추석 연휴 기간부터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행선지는 미국과 북중미, 영국 등 유럽이다. 이 부회장은 주력 시장이자 반도체 생산 거점인 미국과 함께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 삼성의 부산엑스포 담당 지역인 중미 주요 국가를 방문해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외교관계자들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영국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과 만나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 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뒤를 이을 총리가 발표되면 리즈 차기 총리와의 만남을 최종 확정,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국가적 행사 유치 활동과 관련 고 이건희 회장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만큼, 부자가 대를 이어 국가적 행사 유치 활동을 벌이게 된 셈이다.
이 부회장은 영국 방문에서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의 인수합병(M&A)을 조율할 가능성도 크다.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전장 기업 하만 인수를 이 부회장이 주도한 이후 대형 M&A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줄곧 “3년 내 유의미한 M&A”를 공언한 만큼, 이 부회장의 복권 이후 성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당장 추석 연휴 기간은 아니지만, 이달 중 일본 오사카 등을 방문해 유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1970년에 이어 2025년 두 번째로 엑스포를 여는 오사카도 방문할 계획이다. 이어 다음 달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SK의 밤’ 행사에 참석, 유력 정치인 등을 상대로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국내에서도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이어간다. 그는 최근 경제 전문 유튜브인 삼프로TV에도 패널 출연을 확정했다. 최 회장은 또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만나 글로벌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를 활용해 부산엑스포를 홍보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5대 그룹 총수들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해외 순방에 나설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직접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지지를 요청한 데 이어 조만간 유럽과 미국을 방문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대형 이슈가 있지만, 국익을 위한 활동에도 사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이달 중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 공장이 있는 폴란드를 찾아 배터리 사업 등을 점검하고 부산엑스포 유치전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실에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총수들을 부산엑스포 특사로 임명하는 안을 검토 중인 만큼, 구 회장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폴란드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베트남을 방문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베트남에 이어 일본을 찾아 엑스포 유치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이번 베트남 출장에는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가 동행했다. 재계는 ‘일본통’인 부자가 이번 부산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다.
포스코그룹 경영진도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탁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산티아고 카피에로 장관을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정 사장과 산티아고 카피에로 장관의 만남은 지난 3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성사된 자리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잇달아 만나며 교섭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계는 각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달 유엔총회 기간(18~20일)이 재계 총수들의 부산엑스포 유치활동의 최대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우리나라가 열세라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고, 실제 유치 홍보전도 1년 정도 늦은 게 사실”이라며 “이런 점에서 재계 총수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고려해 대통령실도 5대 그룹 총수를 국가별 특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