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준비하는 유통업계...오너 3세들, 경영 전면에 등장

2022-09-01 19:33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허진수 SPC그룹 사장,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신상렬 농심 구매담당 상무,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


유통·식품·뷰티기업 오너가(家) 3세들이 속속 경영 전면에 등장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오너 3세 기업인들은 입사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일찍 임원 자리에 오른 만큼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베트남에 입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출장길에는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가 동행하고 있다. 신 상무가 신 회장과 함께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입국 이튿날인 31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신동빈 회장이 회동한 자리에도 신 상무가 함께 참석했다.

롯데로서는 한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베트남의 정부 주요 인사와 만나고 글로벌 현장 경영에 함께 나섬으로써 신 상무의 경영 수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앞서 신 상무는 지난 5월 10~11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한·일 롯데홀딩스 교류회 참석차 한국에 입국했을 당시에도 한국 롯데그룹 내 HQ(헤드쿼터)가 각각 경영 현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롯데뿐 아니라 CJ·SPC·농심·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유통 관련 기업 오너가(家) 3세들도 요직에 배치되며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도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 경영리더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에서 식품전략기획1담당으로 역할이 크게 확대됐다. 그의 임무는 CJ제일제당의 차세대 먹거리 발굴이다. 스타트업 투자와 식물성 식품사업을 맡고 있다. 특히 식물성 식품사업이 그의 첫 리더십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장남인 허진수 사장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임원 인사에서 지주사인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 발령되면서 안갯속이던 SPC 후계 구도 윤곽이 드러났다는 평이다. 파리크라상은 SPC그룹 지주사로 그룹을 총괄한다. SPC는 오너 일가가 파리크라상을 지배하고 파리크라상이 외식브랜드(파리바게뜨, 파스쿠찌, 쉐이크쉑 등)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글로벌BU장을 맡고 있는 허 사장은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경영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올해 6월엔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인 버자야 푸드그룹과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했고 조호르바루에 할랄인증 제빵공장도 착공했다. 중국·미국 등 기존 진출 국가에서도 가맹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차남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3년간의 경영 공백을 끝내고 작년 말부터 일선에 복귀했다. 비알코리아 전략총괄임원을 맡고 있는 허 부사장은 배스킨라빈스과 던킨에 ‘혁신 DNA’를 접목시켜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깨고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쉐이크쉑(2016년), 에그슬럿(2020년) 등 세계적인 식음료 브랜드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도입해 경영 역량도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도 오너 3세에 대한 경영 수업이 한창이다. 신동원 회장 장남인 신상렬 농심 구매담당 상무는 2019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년 만인 작년 11월께 임원으로 승진했다. 부장 승진 1년 만에 임원 자리에 초고속으로 올랐다.  신 상무는 경영기획과 경영전략 등에서 근무한 뒤 핵심 부서인 구매부서로 자리를 옮기며 두루 요직을 거쳐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구매부서는 원자재 수급 등 핵심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곳이다.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만큼 신 상무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중책을 맡자마자 경영 능력을 검증받게 된 셈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맏딸인 서민정씨는 올해 1월께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룹전략실에서 근무하던 서 담당은 아모레퍼시픽(AP) 브랜드를 주력으로 맡고 있다. 설화수, 헤라보다는 인지도가 낮지만 그룹 내 핵심 럭셔리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8월 조직 개편과 팀장급 인사를 단행했는데 '서민정 체제'를 본격화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려면 지분 확보 등도 중요한 사항이지만 핵심은 경영능력 입증을 통한 승계 정당성 확보에 있다”며 “3세들을 경영에 참여시키며 경영 수업을 받게 하는 것도 리더십이 있는지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