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스페이스X' 누가 될까…한화에어로·KAI, 치열한 물밑경쟁

2022-08-29 05:29
한국형발사체 체계종합기업 선정 앞둬
KAI, 300개 기업 제작부품 조립 지휘
한화, 누리호 심장 6개 엔진 조립 강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다음 달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우선협상대상 선정을 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기술의 이전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선정된 기업은 국내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개최한 ‘한국형발사체 체계종합기업 선정 제안요청 설명회’에 참석해 자사의 사업 선정 당위성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다. 양사 모두 누리호 제작에 참여한 가운데 구조체와 전체 조립은 KAI, 추진기관(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한 바 있다.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은 지난 6월 누리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수면 위에 올랐다. 누리호는 향후 2027년까지 4회 더 발사할 예정이며 항우연은 민간기업을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해 주요 기술 대부분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번 체계종합기업 선정은 국내 우주산업의 첫 번째 민간 이전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앞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일론 머스크가 주도한 스페이스X에 관련 기술 대부분을 전수했다. 이후 스페이스X는 우주산업의 민간 시대를 활짝 열며 전 세계 상업용 발사체 시장의 60%를 점유할 정도로 비약적 성장을 일궈냈다.

이러한 배경에 체계종합기업 선정은 ‘한국판 스페이스X’ 육성사업으로 불린다. 그동안 누리호에 사용된 기술투자금액 2조원대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 모두 이전된다. 선정 평가는 기술능력(90%)과 함께 최근 5년 동안 우주산업 관련 매출이 300억원대 이상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매출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밖에 없어 일찌감치 양자 대결이 됐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체계종합기업 선정을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양사의 우위 분야가 다르고 역할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곤란한 상황으로 양사의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AI는 누리호 개발사업에서 300여 기업이 제작한 부품을 총조립하는 지휘자 역할을 했다.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를 비롯한 4개 엔진을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움직이게 하는 ‘클러스터링 치공구’도 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발사체의 심장인 엔진 제작을 도맡았다. 누리호에 탑재된 6개의 엔진(1단 4개, 2·3단 각 1개)을 모두 조립했으며, 특히 1단용 75톤(t) 액체 엔진은 독자 기술로 만들어져 국내 우주산업의 진일보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영하 180도의 극저온 액체 산소와 연소 시 발생하는 3300도의 초고온을 모두 견딜 수 있는 극한의 내구성을 갖췄다.

한편에서는 최근 달 탐사선 다누리의 성공적 발사가 이뤄진 만큼, 국내 우주산업과 관련된 국가 지원정책이 이번 체계종합기업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달 표면 탐사 모빌리티 개발에 나서는 중이며 이를 UAM(도심항공모빌리티)과 로봇 사업에도 연계시키는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체계종합기업이 누리호 관련 기술 전부를 독식하는 구조로 볼 수 있지만, 국내 우주산업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황이기에 특정 기업의 기술 독식 구조가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체계종합기업 선정 이후에도 양사의 협력체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자본력을 갖춘 재계의 우주산업 참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페이스X의 성공사례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벤치마킹해 국내 현실에 맞는 한국형 우주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