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기 전주시장 현안 강공책 '기대 반 우려 반'

2022-08-28 12:15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전주·완주 통합, 황방산 터널 등 적극 추진

우범기 전주시장이 7월 1일 시장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전주시청]

우범기 전주시장이 취임 후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지역현안 추진에 적극 나서면서 지역 내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오랫동안 실타래처럼 꼬인 현안을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라는 데 반해 일각에서는 갈등만 부채질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28일 전주시에 따르면 우범기 시장은 수십년 간 지역의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현안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전주·완주 통합, 황방산 터널 등이다.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우선 우 시장은 전주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으로 여겨지는 옛 대한방직 부지의 개발을 공론화하고 있다.

이달 17일 전은수 ㈜자광 회장과 시장실에서 첫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이날 만남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논의를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우 시장의 지론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전주시의 설명이다.

우 시장은 이날 만남에서 “옛 대한방직 부지를 전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하고, 전주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발사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논란은 ㈜자광은 지난 2017년에 옛 대한방직 부지 23만㎡를 매입한 후 2019년 3월 타워와 쇼핑센터, 호텔, 공동주택 등을 건설하는 내용의 정책제안서를 전주시에 제출하면서 지역의 최대 논란으로 떠올랐다.

전주시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보고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꾸렸고, 여기에서 대규모 개발에 따른 교통혼잡을 최소화할 대책과 대규모 상업시설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론화위원회 권고문을 ㈜자광에 전달했고, ㈜자광은 권고사항을 반영해 개발계획(안)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범기 시장은 이달 17일 시장실에서 전은수 (주)자광 회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전주시청]

하지만 우 시장의 이러한 행보는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18일 ‘대놓고 정경유착, 시기적으로 절차적으로 부적절한 잘못된 만남’이란 제목의 공동 논평을 통해 “사유지 개발업체와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이 달린 인허가권을 손에 쥔 시장이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만나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절차상으로나 부적절한 잘못된 만남”이라고 지적했다.

전주시민회도 ‘경찰·검찰 수사를 비웃고, 전주시민 우롱하는 우범기시장과 전은수 대표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우 시장은 개발 이행에 대한 부분과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 등의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전주·완주 통합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 우 시장은 완주군과의 통합은 전주시와 전북 발전을 위해 더는 늦출 수 없는 필수 과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우 시장은 7월 13일 전주시의회에 보고한 ‘민선 8기 시정운영 방향’에서 "미래 천년을 준비할 전주의 대변혁을 위해서는 몸집을 키워야 한다"며 “통합 시청사를 완주에 건립하고, 각 정책을 추진할 때 통합을 염두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우 시장은 지난 6·1 지방선거 과정은 물론, 당선인 시절에도 전주·완주 통합을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우 시장의 강공 드라이브에 완주군에서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완주군애향운동본부와 13개 읍·면지부는 7월 25일 완주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주·완주 통합의 정치적 악용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사진=완주군청]

완주군애향운동본부(본부장 정완철)와 13개 읍·면지부는 7월 25일 완주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서남용 완주군의회 의장도 “때만 되면 정치권에서 통합을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갈등만 부추기는 아주 위험한 행태”라며 “진정성 있는 통합이 논의되려면 평소에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을 해나가고, 종전에 (전주시가) 약속했던 것을 지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 시장의 통합 추진은 이해당사자인 완주군과의 협의나 사전 교류 등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적잖은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민선8기 들어서 양 지역간 상생 노력은 이달 23일 진행된 귀농·귀촌 체험 협력 체결에 불과하다. 그것도 양 지역 단체장이 아닌 담당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을 뿐이다.

전주·완주 통합은 그간 3번에 걸쳐 추진됐으며, 특히 세 번째 시도였던 2013년에는 주민투표 결과 반대 55.4%, 찬성 44.4%로 무산됐다.
 
황방산 터널 추진
황방산 터널 사업은 남북으로 2.5㎞가량 길게 뻗은 황방산에 오는 2028년까지 1.85㎞ 구간의 터널과 도로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터널이 완공되면 전주 만성지구 및 혁신도시에서 서곡지구와 서부신시가지 간 교통난을 해소하고, 혁신도시 정주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황방산 터널은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우범기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개설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교통난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이 없을 뿐더러, 환경파괴의 우려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비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1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도 부담이다.
 
우 시장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우려 교차

우범기 전주시장이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전주시청]

우범기 시장이 이처럼 지역의 ‘뜨거운 감자’인 현안 추진에 강력히 나서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업무 스타일과 전주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임기 초반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려는 욕심과 함께, 시장 당선인 시절에 있었던 실수(시의원 당선자와 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막말과 폭언)를 만회하려는 조바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나아가 이러한 우 시장의 강공책은 전북 정치권에서 라이벌로 인식되는 전북도지사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보다는 우 시장의 행보가 더욱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 시장의 ‘독불장군식’ 행정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전주 발전을 내세우며 일방통행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완주 등 타 지역과의 상생, 반대 여론도 포용하는 리더십이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