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에 보호주의 꺼내든 美…韓 반도체·전기차 셈법 복잡

2022-08-25 11:13
지원금 배제로 전기차 판매 급감 위기…정부, 기업 요구 반영 위해 노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 반도체ㆍ전기차 지원법 대비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국내 반도체·전기차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빠르게 경기를 부양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단기간 내 법안 처리가 이뤄지면서 우리 업계가 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만큼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로 서울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고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전기차 보조금)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공포된 '반도체 지원법'은 현지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에 올해부터 2026년까지 527억 달러의 재정지원과 25%의 투자세액제 지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삼성,  SK 등이 일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당 법안에 세제 혜택을 받는 기업이 10년간 중국을 비롯해 미국이 정하는 투자 우려 국가에 반도체 생산능력을 신·증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되면서 향후 우리 기업의 중국 투자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와는 다르게 전기차는 당장 현지 판매가 급감할 수 있다는 위기에 직면했다. 현지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효되면서 올해부터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려나 판매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가 배터리 광물·부품 일정 비율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현재 북미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전량을 수출하는 현대자동차 모델의 경우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는 미국 또는 미국과의 FTA체결국에서 조달한 배터리 광물 비율을 충족할 경우에만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 비율은 내년 40%를 시작으로 2027년 8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되는데 중국산 배터리 원료 비중이 높은 국내 전기차의 특성상 단기간 내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미국내 전기차 생산이 여의치 않고 중국 이외 배터리 소재 공급선도 확보하기 어려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사실상 정부의 외교력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은 업계와 △미국과의 적극적인 협의 △업계 차원의 대응책 모색 △유사 입장국 공조 △정부와 민간의 원팀(One Team) 체제 대응 등을 논의했다. 통상 규범 측면에서 WTO 협정, 한미 FTA 등 위배 가능성을 검토해 우리측 우려를 제기하고 연내 구체 지침이 나오는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에 대한 기업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양 장관은 “해당 법에 따라 우리 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도 있으나 가드레일 조항과 전기차 보조금 요건 등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미국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는 우리와 독일, 일본 등의 우려가 큰 만큼 민관이 소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