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취임 100일, 수사권 회복·법무행정 확대..."검찰과 거리두기 중요"

2022-08-23 15:13
"총장과 장관이 '원수지간'도 나쁘지만, '동기 지명'은 악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24일 취임 100일을 맞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는 검찰 수사권 회복과 제주 4·3 사건 직권 재심 청구 대상 확대, 이민청 설립 검토·교정직 처우 개선 등 법무 행정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대통령, 검찰과의 거리두기와 국회 논의 없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령 개정안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한다. 법조계에서는 한 장관이 오는 9월 10일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국회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수사권 회복' 강행·'검수완박' 대응
한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으로 쪼그라든 검찰 수사권 회복에 초점을 뒀다. 2020년 1월 폐지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재출범은 검찰 수사권 회복의 일환이었다. 

지난해 9월 합수단 대신 출범한 협력단은 인지 수사를 하지 못해 금융·증권 범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합수단이 사라지고 검찰의 증권·금융범죄 사건 처리는 급감했다. 대검에 따르면 2020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접수된 사건은 총 58건·처리는 8건, 2021년에는 총 61건이 접수돼 4건이 마무리됐다.

이외에도 한 장관은 '중점 검찰청 제도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29일 서울동부지검에 '보이스피싱 범죄 합수단'을 출범시켰다. 법무부는 올해 하반기 탈세 범죄 수사에 집중하게 될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 합수단'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한 장관의 주요 행보 중 하나는 '검수완박' 대응이다. 한 장관은 지난 6월 헌법재판소에 국회의장을 상대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심판의 첫 변론 기일은 오는 9월 27일이다. 여기에 한 장관은 지난 11일 '검수완박'에 맞서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9월 10일 시행되는 '검수완박'에서 규정하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인 경제·부패 범죄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사법질서를 저해하는 범죄와 검찰에 고발 수사·의뢰하는 범죄를 검찰청법상 '중요 범죄'로 명시했다. 지검장 출신 변호사는 "검수완박 논의 자체가 절차나 내용을 무시했던 터라, (한 장관이)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에게 필요한 부분을 만든 걸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과거사 처리에 '탈 진영' 행보..."尹, 檢과 거리두기는 필요"
한 장관은 일각의 우려와 달리 법무 행정에 있어서 진영을 넘어서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제주 4·3 사건과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의 피해자 구제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한 장관은 지난 10일 제주 4·3사건으로 일반 재판을 통해 형을 선고받은 수형인에 대해서도 직권 재심 청구를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제주 4·3 특별법이 직권 재심 청구 대상을 '군법회의 수형인'으로만 규정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1975년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의 빚을 구제하는 데도 중점을 뒀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은 2008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배상금과 지연 이자 일부를 가지급받았다. 그러나 2011년 대법원은 배상금의 초과분을 정부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 장관은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피해자들이 이자를 면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한 장관은 촉법소년 연령기준 하향을 추진하고, 이민청 설립 검토, 교정직 처우 개선, 외국인 보호시설 내 인권 보호관 제도 도입 등 법무행정 분야를 넓혔다는 평가도 받는다. 

법조계에서는 한 장관이 더 이상 '소(小)통령'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특히 검찰과의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공정한 인사와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한 법무부 장관의 모습"이라면서 "이번에 동기(이원석 대검 차장검사)를 총장으로 지명한 것은 굉장히 나쁜 인사로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