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주년]칩4부터 脫중국 전략까지···칼날 위 선 尹정부 네 가지 변곡점

2022-08-23 03:00
①시험대 선 글로벌 가치사슬 ②14.5 규획과 尹정부 脫중국 전략 ③3연임 앞둔 시진핑 방한 ④한·중 FTA 후속협상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이 24일로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냉전 종식 이후 북방정책을 추진하던 한국과 개혁·개방 흐름을 가속화하고자 했던 중국은 1992년 전격적으로 수교를 맺었고, 양국 관계는 협력 동반자 관계(1998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3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8년)로 발전했다.
 
특히 경제 분야 성과는 눈부시다. 1992년 64억 달러에 불과하던 양국 간 연간 무역 교역 규모는 지난해 3015억 달러로 47배 증가했다. 한국이 '중진국의 덫'을 빠져나와 선진국에 진입한 것과 중국이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배경에는 양국 간 성공적인 경제협력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수교 30주년을 맞이한 지금 양국 관계는 거대한 분기점에 들어섰다. 미·중 간 경제·안보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한·중 경제도 상호 보완적 관계에서 실질적인 경쟁 관계로 전환됐다. 새로운 30년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①시험대 선 글로벌 가치사슬
 
한국은 대만과 함께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미국과 중국 모두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새로 구축되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주도하려 하고, 한국을 자국 편에 포함시키려고 한다.
 
'혈맹'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이어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Chip4)'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IPEF는 관세 인하, 부분적인 규제 철폐에 방점을 두었던 기존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범위가 넓은 경제협력체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핵심 광물 등 주요 품목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사실상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중국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에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을 묶는 이른바 '칩4'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인텔, 퀄컴,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은 소재와 장비 영역에서 강점이 있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 대만은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분야에서 앞선다. 현재 칩4는 준비 단계에 불과하지만 '반도체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될 잠재력은 충분하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골자지만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를 견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을 제외한 '친환경 에너지 GVC 구축'인 셈이다.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아세안+6'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했다. 세계 인구 중 30%가 영향을 받는 세계 최대 메가 FTA다. 다만 통상적인 양자 FTA보다 개방 수준이 낮아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②14.5 규획과 尹정부 脫중국 전략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향후 5년간 추진할 제14차 경제·사회 발전 규획과 2035년까지 추진할 목표를 심사했다. 소위 '14.5 규획(2021~2025년)'이다.
 
핵심은 과학기술 자주혁신과 함께 자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선순환 고리를 구축하겠다는 '쌍순환' 전략이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경제 안보(식량, 에너지, 공급망, 금융)'를 강조했다. 미·중 갈등 심화와 장기화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중국 내수시장 확대 움직임은 단기적으로 우리 제품과 기술 수요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로 한·중 간 비교우위가 축소돼 오히려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양국 간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수교 이듬해인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29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 5월(10억9000만 달러)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6월(12억1000만 달러)과 7월(5억7000만 달러)에도 적자가 이어지면서 대중 무역수지 흑자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윤석열 정부도 탈중국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6월 2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브리핑에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유럽연합(EU) 등 수출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③3연임 앞둔 시진핑 방한
 
한·중 관계는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가 됐다. 기존 경제 교류를 넘어 정치·외교안보·군사 분야에서도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양국 관계는 2015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순풍을 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미국 동맹국 지도자 중 유일하게 참석하고, 2016년 1월 아시아인프라은행(AIIB) 창립 멤버로 가입해 시 주석의 '일대일로'에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사드 사태가 발발하자 중국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 무역 보복으로 대응했다. 이어진 미·중 갈등 심화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은 양국 교류에 악영향을 미쳤다.

'사드 유산'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섰다. 이른바 '사드 3불(추가 배치 금지,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방침을 밝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중국은 한한령 철폐 문제는 외면하고 시 주석도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방한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오는 10월 하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 지은 후 미·중 관계와 한반도 상황 등을 고려해 방한 문제를 고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 주석 방한이 성사되면 한·중 관계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④한·중 FTA 후속 협상
 
시 주석 방한과 함께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이슈로 한·중 FTA 후속 협상이 언급된다. 미·중 갈등에 따른 한·중 경제 '디커플링(분리)' 우려를 경감시킬 방안으로 꼽힌다.  
 
2015년 12월 양국은 3년여 동안 협상한 끝에 한·중 FTA를 공식 발효했다. 한국은 1만2232개 품목 중 6108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발효 후 20년 이내에 92%를 없애기로 했다. 중국은 8194개 품목 중 1649개는 즉시 철폐하고 20년 안에 91% 수준까지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후 양국은 2018년 3월부터 FTA 2단계(서비스·투자) 협상을 개시했지만 현재까지 큰 진척이 없다. 한·중 외교장관은 지난 9일 회담에서도 "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고 조속한 합의를 도출하자"고 원론적으로 합의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 16일 랴오닝성 진저우에 있는 삼림공원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랴오선 전투기념관을 방문해 '동북 해방전쟁' 역사에 대해 회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