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링크' 신재휘 "스토커역 고민 많았지만…동료들 덕에 강렬한 존재감 만들어냈죠"

2022-08-22 00:00
홍종찬 PD와 '소년심판'으로 인연…일상적 캐릭터 보여주려 6kg 감량
하반기 디즈니 플러스 '무빙' 공개…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도전하고파

tvN 드라마 '링크'에서 '이진근' 역을 연기한 배우 신재휘[사진=미스틱스토리]


배우 신재휘는 선과 악을 넘나든다. 연상의 여자친구를 따르는 얌전한 남자친구 '호훈'(영화 '애비규환')이나 성실하고 모범적인 실무관 '서범'(드라마 '소년심판')처럼 선한 캐릭터부터 악랄하게 동급생을 괴롭히는 일진 '준재'(드라마 '미스터 기간제')와 악행까지 서슴지 않는 비서 '두석'(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학교 폭력 가해자 '창훈'(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악인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생동감 있는 인물을 그려냈다.

지난 7월 종영한 드라마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극본 권기영 권도환·연출 홍종찬, 이하 '링크')에서도 배우 신재휘의 활약은 빛났다.

한 남자가 낯선 여자의 온갖 감정을 느끼며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링크'에서 신재휘는 여자 주인공 '노다현'(문가영 분)을 스토킹하는 '이진근' 역을 연기했다. 매회 극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건 물론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으로 시청자들을 몰입하도록 했다.

"'이진근' 캐릭터를 처음 보았을 때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보통 사람들도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이기적인 면모가 드러날 수 있지만 '진근'은 정도가 심하잖아요? '다현'의 친절함을 오해하고, 착각하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키우는데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죠. 그동안 제가 맡았던 악역들과 질감이 달랐어요. 그동안 연기했던 '악역'은 극적이고 캐릭터성이 강조되었다면 '진근'은 보다 현실적인 공포를 끌어내는 캐릭터였죠. 도전해 볼 게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tvN 드라마 '링크'에서 '이진근' 역을 연기한 배우 신재휘. [사진=미스틱스토리]

'소년심판'으로 인연을 맺었던 홍종찬 PD는 신재휘에게 '링크'의 '이진근' 역을 제안했다. '소년심판'에서 밝고 유쾌한 '서범' 역을 연기했던 그에게 정반대 캐릭터인 '이진근'을 연기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소년심판'을 마친 뒤, 감독님께 연락이 왔어요. '링크'에 관해 소개해주시면서 '대본을 보냈으니 한번 읽어 보라'고 하셨죠.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이진근'이라는 역도 새롭고 신선했어요. 감독님께서 '네가 재미있다면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고 저 역시 기쁜 마음으로 합류할 수 있었죠. 감독님과 함께였기에 '진근'을 연기하고, 그를 풀어갈 수 있었어요."

신재휘 말대로 그가 전작에서 보여준 악인 캐릭터는 대부분 수위 높은 범죄에 가담하는 인물이었다. '미스터 기간제' '아무도 모른다'처럼 캐릭터성을 강조하고 극적 면모를 부각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진근'은 달랐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 범죄를 다루고 있는 데다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를 유발하는 캐릭터이니 연기나 표현에서도 신중해야 했다.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았어요. 이 캐릭터를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까. 여성 지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말에서 힌트를 얻어 '이진근'을 만들어갔어요. 캐릭터의 톤 앤드 매너를 잡아간 거죠."

드라마 '링크' 스틸컷[사진=tvN]


캐릭터를 위해 외적인 변화도 감행했다. 홍종찬 PD는 신재휘에게 "'진근'이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체중 감량해 달라"고 요구했다.

"촬영을 쉬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잘 먹고, 쉬어서 체중이 불어나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진근이가 너무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면서 일상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즉시 6㎏ 정도 감량했죠."

'이진근'은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색정형 망상장애와 과대형 망상장애를 앓고 있고 폭력 성향도 심한 사이코패스다. 그는 '다현'에게 집착하며 그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떠든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이진근'은 왜 이렇게 '노다현'에게 집착할까? 왜 그를 '운명'이라고 생각할까? 감독님과 상의하며 제 나름대로 '이진근'의 사고 회로를 정의하자면 그는 자신이 '고른' 상대가 일련의 사건을 겪었는데도 살아남은 것에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아요. 그동안 자신이 고른 상대들은 죽어버렸지만 '다현'은 살아남았잖아요. '내가 골랐는데도 살아남았네?'라며 감탄하고 운명의 상대라고 확신하게 된 거죠."

'이진근'은 악랄한 악인이었으나 '링크'의 굵직한 중심축이었다. 그로 하여금 드라마의 몰입도가 높아졌고, 장르적인 재미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같은 이유로 첫 방송 말미에 '이진근'이 '노다현'에게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명장면으로 꼽힌다. 순식간에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으며, 장르를 각인시켰다는 설명이다.

"1화 말미 등장하는 버스정류장 신은 제게도 중요했어요. 감독님께서도 '네가 본색을 드러내는 신이니 신경 써야 한다'고 하셨죠.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건지, 그 장면으로 예견하는 바였으니까요."

tvN 드라마 '링크'에서 '이진근' 역을 연기한 배우 신재휘[.사진=미스틱스토리]

신재휘는 해당 장면을 위해 홍종찬 PD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홍 PD와 대화를 나누며 '이진근'의 행동이나 디테일들이 조금씩 변화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위협적으로 쏘아붙이기보다는 천천히 나긋나긋하게 이야기하다가 제풀에 못 이겨서 쏘아붙이는 식으로 완급조절을 했어요.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상대 역인 (문)가영이의 덕이 컸어요. 감독님께서도 신경 많이 써주셨고요."

신재휘는 '노다현' 역의 문가영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상대 배우의 적절한 리액션과 차진 호흡 덕으로 명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부연이었다.

"가영이와도 오래 이야기했어요. 혼자서는 그런 장면을 만들어낼 수 없거든요. 가영이의 리액션이 중요하니까요. 가영이 덕에 '이진근'이 더욱 두렵고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워낙 오래 연기해왔던 친구이기 때문에 '제한'보다는 더욱 폭넓게 받아주곤 해요."

드라마는 살벌했지만 실제 촬영 현장은 화기애애했다고. 신재휘는 또래 배우들과 연기하며 많은 걸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말미에 '이진근'이 '은계훈'(여진구 분)과 '지원탁'(송덕호 분)에게 비밀을 폭로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해당 장면은 배우들과 정말 재미있게 찍었던 것 같아요. 서로 아이디어도 내고, 이것저것 해 볼 수 있었어요. 몰입해서 감정을 쏟아낼 수 있었고, (여)진구도 정말 잘 받아주었어요. 사실 '이진근'이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없는데, 그 장면에서는 감정을 전부 드러내고 광기를 보이기도 하거든요. 함께 상의해가면서 감정을 맞춰 볼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tvN 드라마 '링크'에서 '이진근' 역을 연기한 배우 신재휘. [사진=미스틱스토리]

'미스터 기간제'부터 '아무도 모른다'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을 통해 강렬한 악인 연기를 선보이며 사랑받았으나 실제 그는 '애비규환'의 '호훈', '소년심판'의 '서범'에 더욱 가깝다고.

"저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편이에요. '미스터 기간제' '지금 우리 학교는' 속 캐릭터들과는 정반대 삶을 살았죠. 하하하. 가족이나 지인들도 '왜 이렇게 악역을 많이 맡느냐'며 의아해하기도 했어요. 초반에는 (악역을 도맡는 데 대해) 고민도 많았지만 지금은 열심히 연기하다 보면 계속 스펙트럼을 늘려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링크'로 시청자들과 만났던 신재휘는 하반기 디즈니 플러스 '무빙'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올해 강렬한 악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만큼 앞으로는 밝고 유쾌한 장르나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휴먼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밝고 유쾌하고 통통 튀는 코미디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