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부터 부산 이전까지...과제 쌓여 가는 산은, 해결 가능할까

2022-08-21 10:00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한 지 60여일이 지났지만, 본사 부산 이전 문제부터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매각, HMM 구조조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전 직원 소통회를 열어 본사 부산 이전 문제를 논의하고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좀처럼 실타래는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노사는 오는 24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부산 이전 문제와 관련한 설명회를 갖고 해당 사안을 논의한다. 노사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지만 소통위원회 구성 등 현안 해결의 첫걸음도 떼지 못한 상황인 데다 국회에서 산은법 4조 1항을 우선 개정해야 하는 만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노조와 직원 500여명은 매일 오전 8시30분 본점 로비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강 회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부산 이전 관련 질의에 "가능한 빨리 시행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면서 노사 갈등의 골은 한층 더 깊어졌다. 일단 노조는 다음 달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총파업에서 부산 이전 반대 목소리는 그대로 낸다는 방침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경제위기가 닥쳐오면서 국책은행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 본점 이전에만 매달리면 되겠느냐는 반발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과거 밀어붙이기식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기형적 상황을 만들기보다 협의점을 빨리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6일 개최 예정인 쌍용자동차 관계인집회 전까지 매듭지어야 할 사항도 있다. 쌍용차 노조가 국책은행인 산은에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 양측 간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쌍용차 노조 측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에 "이자놀이를 중단하고 쌍용차 협력업체를 지원하라"면서 지연 이자 탕감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지연이자 196억원 전액 탕감 △원금 1900억원 출자전환 △국내 자동차 부품사 지원 대책 등을 요구했다. 

산은 품에 가장 오래 있었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도 골칫거리다. 조선업은 호황을 맞았지만 경영 개선은 2년 뒤에나 본격화되는 데다가 현재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700%에 육박한다. 재무구조 악화는 재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산은은 분리매각 가능성까지 띄웠으나 엑시트(투자금 회수) 출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우조선이 동남아시아 국가와 잠수함 판매 계약을 맺은 뒤 약 900억원의 자재를 선 발주했으나 3년이 지나도록 계약 발효가 미뤄지면서 이를 사실상 손실 처리한 사실이 최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드러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다. 산은은 다음 달 나오는 경영 컨설팅 결과를 정부와 협의해 구체적인 매각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무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대우조선 매각 등을 비롯해 산은에 대한 구조조정 역량 성패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대우조선의 경우 공적자금이 11조5000억원이나 투입됐고 앞으로도 세금이 계속 들어가는 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 손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입는 만큼 기업이 부실화로 가지 않고 건전한 기업으로 다시 회생할 수 있도록 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 역시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은 국민경제의 자원 재배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서 효율적 구조조정 시스템은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