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몰려가는 글로벌 제약사…韓 제약바이오 "법인세 인하, 기술투자 혜택 늘려야"

2022-08-17 17:55

인천 경제자유구역 모습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싱가포르와 아일랜드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투자를 활발히 유치하며 글로벌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지난 2월 한국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로 지정됐지만, 투자 유치를 가로막고 있는 높은 법인세와 세제 혜택 부족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7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2%보다 높다. 개별 국가별로 봐도 미국(21%), 영국(19%), 싱가포르(17%), 독일(15.8%), 아일랜드(12.5%) 등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법인세를 25%에서 22%로 낮추고, 굉장히 복잡한 법인세 구간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달 국회에서 '2022년도 세제개편안 당정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WHO가 지정한 '글로벌 바이오인력 양성 허브'로 거듭나려면 더 많은 글로벌 바이오기업을 유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싱가포르와 아일랜드와 같은 특별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2000년부터 '아시아의 바이오 허브'를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달리 자국 제약사가 없는 싱가포르는 낮은 세금과 고급 인력을 무기로 글로벌 제약사를 끌어들였다. 최고 법인세율을 17%로 낮추고 첨단기술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는 법인세를 최대 15년간 면제해준다.
 

아일랜드, 싱가포르, 한국 조세 제도 비교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싱가포르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싱가포르에 연구개발과 대규모 원료의약품 및 의약품 제조 강화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14억 달러 규모의 CRDMO(위탁연구개발생산)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사노피도 지난 4월 싱가포르 아스파크에 4억3400만 달러를 투자해 백신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갔고 한국에서도 셀트리온이 유통 자회사 '셀트리온아시아퍼시픽'을 신규 설립했다.
 
아일랜드도 글로벌 빅파마 유치에 적극적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12.5%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제약바이오 지식재산권(IP) 소득세도 50%까지 감면해주고 있다. 
 
이에 글로벌 10대 상위 제약기업 대부분이 아일랜드에 본사 및 생산 공장을 두고 있고 미국의 일라이릴리도 4억4530만 달러를 투자해 신규 제조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기업 중에는 SK그룹 CDMO 기업 SK팜테코 자회사 SK바이오텍이 지난 6월 아일랜드에 아일랜드 의약품 CMO 제조공장 확장을 위해 3500만 달러(약 447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 바이오 클러스터에 필요한 '3박자' 가운데 인프라와 연구인력은 갖췄지만 조세 혜택 등 글로벌 기업을 유인할 정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위치한 인천 송도의 바이오 생산능력은 세계 단일 바이오단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국내에선 연간 5만2000명의 생명공학 관련 전공자와 의사 3500여 명이 배출되는 등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 하지만 법인세가 다른 국가보다 높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법인 설립 시 현지인 채용 인건비, 시설 및 장비 관련 비용, 회계․법률 등 전문서비스 비용, 지적재산권 관련 비용 등을 일정 비율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