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 "UAM 뜨려면 법제·투자·대중인식 삼박자 맞춰야"

2022-08-18 00:10
미래이동연구소·미래사업실 혁신 연구·사업 지휘
'하늘을 나는 택시' UAM 실증 위한 민관 협력 집중
통신·이착륙장 등 투자돼야…공감대 확보가 난제
"차량 측위·관제 등 AI 기술, UAM과 접목 가능성"
고정밀지도 등 '모빌리티 디지털 트윈' 확산 예고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미래이동연구소장 겸 미래사업실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와 산업계가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차세대 이동·수송 수단 '도심항공교통(UAM)' 실용화에 뛰어들었다. 택시 호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도 UAM을 '모빌리티 혁신 서비스' 중 하나로 바라보고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내건 정부 실증 사업 'K-UAM 그랜드챌린지'에 참여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혁신 서비스 전략기획, 투자, 사업 개발,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장성욱 부사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법제 정비, 인프라 투자, 대중 인식이 갖춰져야 UAM 같은 혁신 서비스가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 부사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이끌고 있는 '미래이동연구소'와 '미래사업실' 조직 역할이 무엇인지.

"미래이동연구소는 미래의 여객 이동이나 물류 이동 등 '이동'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을 한다. 기존 자동차가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UAM 등으로 바뀌면서 파생되는 서비스와 이용 경험, 여기에 연결된 생활양식과 공간도 바뀔 것으로 보고 이런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새로운 이동체, 이것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그 인프라를 위한 디지털 트윈 등 세 가지를 축으로 고민한다. 미래사업실은 기술 성숙도, 기술에 대한 정부 규제 환경, 서비스에 대한 시장과 소비자 반응 등을 고려해 새로운 이동체 관련 인프라와 서비스를 위한 사업 개발, 투자, 전략, 기획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정답'이 없는 분야에서 유의미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전략, 사업, 기술을 다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중개 서비스 운영 사업자인데 UAM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친환경차·자율주행차가 보급되고 공유 모빌리티가 확산하더라도 2025년 정도면 메가시티화 트렌드에 따라 필연적으로 지상 교통 수단이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세계 각국은 이에 따라 (UAM처럼 공중으로 운행하는) 3차원 교통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UAM은 어느 순간 갑자기 모든 사람이 택시처럼 이용하는 서비스로 시작되기 어렵고 서비스 상용화와 본격적인 확산을 위해 제반 여건이 필요하다. 여기에 택시,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주차장 등 카카오모빌리티 현행 사업에 쓰인 기술과 이것을 운영하면서 얻은 데이터 등이 관련돼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이 어디에 있고, 어느 장소를 향해 어떤 경로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처리하는 측위·관제 등 인공지능(AI) 기반 다양한 기술을 보유해 택시 중개와 내비게이션 등을 제공해 왔다. 이게 UAM 서비스에 접목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UAM 시장에서 한국 정부와 산업계 움직임이 늦은 편인가.

"UAM 분야에서 우리가 앞서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국토교통부 주관 민·관·산·학 협의체인 'UAM 팀 코리아(UTK)'를 구성해 활발히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 수립, 인증 체계 구축, 인프라 등을 논의하고 있다. UAM은 민간 투자만으로 상용화하기 어렵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항공' 영역 서비스다.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산업 인증 절차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 규정, 표준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항공 분야 인증 체계는 지난 수십 년간 유럽항공안전청(EASA)이나 미국연방항공청(FAA) 주도로 만들어졌다. 완전히 새로운 체계를 가져오기보다 유럽과 미국의 기존 인증 체계를 준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도 이 기준을 준용하되 정부 차원에서 한국에 특화된 부분을 많이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UAM이 기존 항공 이동 수단과 얼마나 다를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 스티브 잡스도 '당신이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People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고 했다. 기술 기업이 어떤 서비스나 경험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실제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UAM은 완전히 새로운 이동 수단이다. 일단 엔진과 기체가 전동화하면서 내연기관 대비 생산·유지보수·운영 비용이 20분의 1~8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절감된다. 저소음 기체 덕분에 도심에 둘 수 있고 장기적으로 무인화 기술 개발도 검토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도심 접근성이 기존 헬리콥터나 항공기와 다른 이용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UAM 기체 탑승 전후와 내부 공간에 어떤 것을 갖춰야 더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이동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고민한다. 미래이동연구소는 판교 실증운행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 내 경험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이런 실험적인 프로젝트와 시범 서비스를 통해 고객 경험을 구체화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국내 산업 발전에 시급한 것은.

"UAM 같은 혁신 서비스, 미래 이동 서비스를 준비할 때 관련 법과 규제가 없다는 점이 가장 난관이다. 국내 포지티브 규제 체계에선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기체 인증, 버티포트(수직 이착륙장) 설계와 건설 가이드라인, 도심 내 운행 가이드, 사업자 라이선스 체계, 비행 제한구역 등 관련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UAM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단기간에 바뀔 수 없겠지만 정부 규제개선회의에서 이런 점이 해결돼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네거티브 규제 기반 환경에서는 기술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더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UAM 상용화에 앞서 통신, 관제, 에어맵, 버티포트 인프라가 준비돼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민관의 선제적 투자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사회적 수용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대중들이 낯선 비행체가 내 머리 위, 집 위로 날아다닐 수 있게 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할 수 있고, 승객으로서 사고 위험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안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업이 될 것이다."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미래이동연구소장 겸 미래사업실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UAM이 스마트시티에선 어떤 역할을 할까.

"스마트시티는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신기술을 반영해 구축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다. 미래 모빌리티 관련 기술과 서비스 모두 도시 기획 단계부터 적용하면 이점이 많다. UAM은 스마트시티에서 버티포트 위치 선정 시 안전, 규정, 인증 체계를 미리 고려하고 기상 측정 장비, 회랑 설계, 통신망 등을 최적화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교통수단 인프라 건설 비용과 기간을 감안하면 버티포트라는 인프라의 경제성이 높은 UAM이 스마트시티에서 주요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이용자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인문학적 경험을 접목해 사람 중심 스마트시티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빌리티 분야 디지털 트윈에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빌리티 분야에 특화된 디지털 트윈(기술)을 갖고 있다. AI로 자율주행, UAM, 로보틱스 등 이동체가 3차원 경로와 주위 환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현실을 정밀하고 정확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자율주행차가 정확한 자기 위치와 주위 환경을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센서와 측위 기술, 3차원 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그래픽스 기술 등을 융합한 고정밀지도(HD맵)를 만들고 있다. 원천기술을 약간 변형해 자율주행차 승객에게 주위 상권 정보를 보여 주는 인포테인먼트 기술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내년엔 새로운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 적용 사례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국토부 UAM 실증과 부산 UAM 상용화 참여로 무엇을 기대하나.

"UAM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공동 과제를 수행하면서 뛰어난 파트너와 협업을 경험하고 국가 정책 마련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는 정성적 이익을 기대한다. 실증사업 1차는 항공기체, 버티포트 관제·운영, 통신을 비롯한 교통관리 등 UAM 기술을 실증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버티포트 대표 사업자로서 안전운행 기술 실증 방안을 논의한다. 검증된 기술을 융합해 서비스를 실증하는 내년 2차 사업에 우리 데이터를 활용한 운영과 효과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 역할이 클 것이다. 부산에선 여객 운송이 아닌 물류·관광 용도 UAM 서비스를 기술과 사업 관점에서 실증하고 이용자 수용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형 UAM 표준'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자동차 모델이 동일해도 국가별 안전 규정에 따라 출시 지역 차량마다 세부 규격에 차이가 있듯 UAM 기체도 규격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체 규격보다 한국 자연·지리·문화적 환경을 고려하는 서비스나 인프라 관련 표준에 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날씨 변화가 크고 계절 특성이 뚜렷한 한국 실정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운항 요건 모니터링 등 운영 정책, 교통복지 측면에서 UAM 서비스 가치가 높은 산간·도서 지역 내 '버티스톱(소형 이착륙장)' 구축 방안, 인구와 산업시설이 선형으로 분포한 수도권과 대도시 여건을 감안한 UAM 운항 노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부산 상용화 사업에서 맡은 '버티포트 입지 연구'에 대한 의미는.

"버티포트 주요 입지 조건은 기존 교통 수단에 대한 대체 가능성, 타 교통 수단과 연계성, 배후 수요 규모 등을 꼽을 수 있다. 버티포트는 UAM 서비스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접점이고 이용자가 서비스를 경험하기 위한 최초 공간이다. 이용자가 서비스를 평가하고 향후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버티포트라는 시설 특성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UAM 운항 노선 선정 자체와 버티포트 입지가 직결돼 있다는 점 때문에 중요한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미래이동연구소장 겸 미래사업실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장성욱 부사장은…

▷現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이동연구소장 겸 미래사업실장 / 부사장
▷現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비상근이사
▷現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이사
▷現 한국자동차공학회 이사
▷現 한국통신학회 이사
▷現 국가공간정보 전문위원회 위원

▷前 현대자동차 BizDev팀장(舊 스마트시티추진팀) / 부장
▷前 삼성전자 기획팀 차장
▷前 Qualcomm Inc. Research Intern
▷前 NASA – JPL Research Intern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전자공학 석사, 박사 학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수석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