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또 달라진 '방역 간판', 혼란만 초래

2022-08-05 18:00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학, 자율에 이어 이번엔 ‘표적’까지 다양한 방역 타이틀이 제시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내세운 표적방역은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집단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국민의 38.8%가 감염을 경험한 만큼, 회복된 일상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선에서 감염취약시설 등에 ‘핀셋 방역 조치’를 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가 앞서 추구해온 과학방역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간판만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부 역시 명확한 반박은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표적방역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며 기존 방역정책의 방향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알맹이 없이 용어만 바꾼 것에 대해 오히려 시민들의 혼란만 초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율방역 역시 ‘감염병 시국에 각자도생하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바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이 번지는 상황에서 격리자에게 지급되던 생활지원비 등을 축소하면서 방역 참여 여건마저 더 악화해, 일부 미감염자들 사이에선 “미리 걸렸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의 대응 정책이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어 이 또한 우려스럽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검사와 진료, 먹는 치료제 처방을 모두 수행하는 원스톱 진료기관을 7월 한 달 동안 1만개까지 늘리겠다고 했으나 지난 4일 오후 5시 기준 해당 기관은 9473개가 운영되고 있다.

숫자로 보이는 목표 달성 실패는 제쳐두고도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와 일치하지 않아 병원을 찾는 환자가 헛걸음하는 경우가 최근 왕왕 있어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 포털 등을 통해 지역별 해당 진료기관 목록과 검사·진료·처방 제공 여부를 안내하고 있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환자가 병원에 전화해 대면진료 여부 등을 확인한 뒤 방문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일 공개한 ‘코로나19 정기 인식조사’(7월 29일~8월 1일)에 따르면 ‘대통령과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9%로 지난 조사보다 12%포인트 급감했다. 한국리서치는 2020년 2월 이후 전국 성인 1000명 대상으로 2주마다 조사하고 있는데, 이번이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가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 새로운 정책 용어를 만들어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다만 감염병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선 국민들이 헛갈리지 않도록 일관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특히 보이는 것에 그치는 방역 타이틀을 정하는 데 공을 들일 게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책과 공언한 내용에 대한 실행력이 더 중요해 보인다.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다시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