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大戰] 현대차‧기아, 韓 테슬라 천하 무너뜨렸지만…전기차 '춘추전국시대' 임박

2022-08-04 07:00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전기차 시장을 휩쓸었던 테슬라가 올해 들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잇따른 가격 인상에 국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상한선인 8500만원을 넘기는 등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사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대항마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벤츠와 BMW 등 전통 수입차 브랜드들이 신형 전기차 모델을 앞세워 반격을 가하고 있다. 
 
◆수입차 터줏대감 獨 3사 반격

3일 자동차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테슬라 판매량은 6746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9705대)과 비교하면 30.5% 줄었다. 올해 상반기 수입 전기차 판매량 1만2959대와 비교해볼 때 테슬라 비중은 52%로 전년 동기 84.9%의 압도적 비중과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수입차 시장 터줏대감이었던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 1395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337대) 대비 313.9% 증가했다. 벤츠의 수입 전기차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2.9%에서 올해 상반기 10.7%로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BMW도 올해 상반기 전기차 1238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76대) 대비 1528.9% 폭증했다. 시장점유율 역시 0.7%에서 9.5%로 두 자릿수를 바라보고 있다. 아우디는 지난해 전기차를 총 1553대 판매해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전기차 판매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는 393대로 주춤하지만 하반기 콤팩트 전기 SUV ‘Q4 e-트론’을 출시해 판매량 증대에 나설 계획이다.
 

BMW의 7시리즈 전기차 버전 'i7'의 주행 모습. [사진=BMW코리아]

여기에 폴스타, 포르쉐, 미니, 볼보 등은 올해 상반기 전기차를 각각 936대(7.2%), 824대(6.3%), 612대(4.7%), 502대(3.9%) 판매하며 시장점유율을 한층 끌어올렸다.

하반기에는 수입 전기차 공세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최근 전기 세단 ‘더 뉴 EQS 350’과 전기 SUV ‘더 뉴 EQB 300 4매틱 AMG 라인’을 선보인 벤츠는 올해 하반기 중형 전기 세단 ‘EQE 350+’와 고성능 전기차 ‘메르세데스-AMG EQS 53’ 등으로 라인업을 크게 확장한다. EQE 350+는 벤츠 주력 모델인 E클래스 전기차 버전으로 시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BMW 역시 지난달 부산국제모터쇼에서 공개한 7시리즈 전기차 버전인 i7을 11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BMW는 올해에만 ‘i4’ ‘iX’ ‘미니 일렉트릭’ 등 기존 출시 모델을 비롯해 3·5시리즈와 ‘X1’ ‘X3’ 등 총 15종에 이르는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들은 내연기관차에서 강점을 보인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전기차에 그대로 계승하는 동시에 주력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600㎞ 이상으로 끌어올려 기존 약점까지 지웠다는 평가다.
 

테슬라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 독주시대 올해 분수령

현대차와 기아의 눈부신 성장세도 테슬라의 질주를 가로막은 요인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로만 3만1672대를, 기아는 2만3192대를 각각 판매했다. 총 5만4864대를 팔아 테슬라보다 8배 이상 많다. 아이오닉5와 EV6 등 두 모델이 판매량을 주도한 점을 고려할 때 하반기 ‘아이오닉6’와 ‘EV6 GT’까지 합류한다면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테슬라 판매량 하락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테슬라 생산공장인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멈춰 선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그동안 지적됐던 테슬라의 한계점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테슬라는 매년 품질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주행 중 급정거 문제로 41만6000대에 대해 조사에 나서는 등 세계 각국에서 리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차량 가격을 올해에만 다섯 번이나 인상해 ‘모델3’는 최대 9418만원, ‘모델Y’는 1억473만원까지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초창기부터 불거진 단차 문제와 서스펜션 등 차량 완성도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며 “그동안 장점으로 꼽힌 주행거리와 자율주행,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도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테슬라의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가격 인상을 언급하며 논란에 정면 대응했다. 인플레이션 현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들었으며 차후 가격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으로는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 주문을 많이 받지 않기 위해 가격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테슬라가 일궈온 전기차 혁신을 부정할 수 없지만 쟁쟁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힘을 쏟으면서 판도 변화는 예고됐던 부분”이라며 “전 세계 완성차 판매량 1위인 도요타가 아직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고 중국 전기차 시장이 약진하는 등 변화 요인이 많아 테슬라의 전기차 독주 시대는 올해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