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권성동이 초래한 윤석열 정부 위기
2022-08-02 17:18
권 원내대표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보수여당 사무총장을 거쳐 원내대표에 오른 4선 의원이다. 권 원내대표가 새 정부에서 특히 주목받는 건 실세 중 실세라는 점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으로 연결돼 있다. 둘은 동갑이지만 검찰과 정치권에는 권 원내대표가 먼저 발을 디뎠다. 사법시험 기수에서 권성동(27회)은 윤석열(33회)을 앞선다. 특수부 부장검사 시절에는 윤 대통령을 밑에 두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 외가가 강릉인 까닭에 둘은 어릴 때 인연도 두텁다. 윤 대통령을 정치로 이끈 사람도 권 원내대표로 알려진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이후 정치권 인사로는 권 원내대표를 가장 먼저 만났다. 당시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말에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인연을 토대로 권 원내대표는 새 정부에서 ‘윤핵관’ 입지를 다졌다.
최근 문자 메시지 파문은 두 사람 관계를 가늠하게 한다. 윤 대통령이 개인 전화기를 이용해 사적으로 문자를 주고받을 만큼 긴밀한 관계라는 게 첫 째다. 또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도 예사롭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를 ‘내부 총질하는 대표’라며 뒷담화했고,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며 충성서약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둘 관계는 각별하다. 논란이 된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절대 신뢰를 보였다. 아이러니는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에 권 원내대표가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철옹성 같은 권 원내대표를 대한 당내 비판 목소리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논란과 비판 여론을 의식해 1일 대표 직무대행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 징계로 직무대행을 맡은 지 23일 만이다. 앞서 배현진, 조수진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권 원내대표 체제는 동력을 상실했다. 한데 직무대행직 사퇴 의사에도 불구하고 권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직무대행 뿐 아니라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하라는 압박이 거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원내대표를 유지하면서 직무대행만 사퇴하겠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애둘러 비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 또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도 사퇴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권 원내대표가 수세에 몰린 건 누적된 자책 꼴 성격이 강하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4월 8일, 81표 대 21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4선 중진에다 윤 대통령 정치 입문부터 당선까지 핵심 역할을 했기에 당정이 호흡을 맞춰 국정을 잘 운영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였다. 당시만 해도 실세로서 위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궁지로 내몰렸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28%로 주저앉았다. 출범 100일도 안 된 새 정부 지지율이 30% 이하로 추락한 건 유례없다. 정당 지지율 또한 정체돼 있다. 권 원내대표는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 6개월 당원권 정지, 최고위원 사퇴 등 내홍에 깊숙이 관여했다. 무엇보다 잇단 구설수와 독선적 행보로 비난을 초래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행정관 사적 채용 논란 과정에서 연거푸 구설을 자초했다. “장제원 의원에게 압력을 가했는데 7급이 아니라 9급이었다”고 말해 장제원 의원 반발과 청년층 공분을 샀다. 또 KBS와 MBC에는 “정권 부역,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이슈를 편향되게 왜곡했다”며 언론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다.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결정타였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당정 분리를 공언한 윤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는 꼴이 됐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 징계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확대되면서 20대 청년층 이탈로 이어졌다. 권 원내대표의 거침없는 언행은 권력의 속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클라스 교수는 <권력의 심리학>에서 권력을 쥐면 자제력을 잃는다고 갈파했다. 권력에 취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감능력이 떨어져 독단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권력이 커질수록 공감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인데, 윤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진 권 원내대표 최근 언행에서 이 같은 속성을 확인한다.
새 정부는 갈 길이 멀다. 아직 윤석열 표라고 할 만한 정책은 시행조차 하지 않았다. 앞으로 국민연금 개혁을 비롯해 찬반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민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여론 지지를 얻지 못하면 식물정권으로 추락한다. 지금처럼 몇몇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고, 공감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독단으로 흐른다면 반등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지지율 반등과 원활한 국정운영을 염두에 둔다면 겸손과 입단속은 절대적이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