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정기예금 700조원 첫 돌파... 금리 상승기 '머니무브'

2022-08-01 16:52
7월 말 정기예금 잔액 712조4491억원, 전월비 27조원 늘어

5대은행 로고[사진=각 사]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겹치자 은행 예금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대출을 받아 주식,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분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은 감소하고 있다. 신용대출 잔액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1일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27조3532억원 증가한 712조4491억원을 기록했다. 정기예금 잔액이 7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증가 폭 또한 전월 대비 다섯 배 넘게 늘었다. 정기적금 잔액은 38조1167억원으로 전월 대비 652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예·적금 금리가 오르자 높은 이자율을 노린 자금이 대거 몰려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이 활황세를 보여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 열풍이 불었으나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위험자산 투자를 피하려는 분위기도 반영됐다.
 
실제로 최근 국내 은행권엔 기본 금리가 연 3%인 정기예금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산업은행 ‘KDB하이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준 연 3.6%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은 연 최고 금리가 3.4%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사진=연합뉴스]


반대로 가계대출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97조4367억원으로, 6월 말 대비 2조2154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7개월째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06조6804억원, 신용대출 잔액은 128조8256억원으로 전월 대비 각각 910억원, 1조8533억원 줄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히 오르면서 서둘러 대출을 상환한 이들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세 영향으로 전반적인 신규 대출 수요가 감소세를 지속했고, 신용대출은 증시 등 자본시장 하락세가 지속되고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전월 대비 줄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올해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연내에 국내 기준금리가 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영일 하나은행 경영전략본부장은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가계대출은 아무래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이 증가하고 부동산과 주식시장 침체로 신용대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