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적합업종 지정에도 대리운전 기사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2022-07-31 23:36
'반쪽짜리' 中企 적합업종 지정에 대리운전업계 거센 반발
동반위 권고에도 티맵, 국내 1위 로지 인수 강행 및 콜 공유 나서
"동반위 중재 안할 시 오는 8월 전국단위 결의대회를 열 것"

 

지난 7월 28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콜 공유를 통한 대기업의 시장 침탈을 막아달라.”

대리운전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지 두 달 만에 대리운전 기사들이 또다시 운전대를 놓고 거리로 나섰다. 적합업종을 통해 대기업의 전화콜 시장의 신규 진출만을 제한한 탓에 같은 권고안을 놓고도 업계의 해석이 엇갈리며 제대로된 시장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한 이유에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 세 단체는 지난 28일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 SK, 티맵모빌리티 본사 앞 등 세 곳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대리운전업 관련 동반위 실무·소위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1인 시위에 나선 대리운전기사들은 “동반위는 신청단체의 반대에도 대기업인 티맵모빌리티가 로지소프트를 인수하고 전화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규제하지 않아 시장은 티맵에 유리한 입장이 돼 버렸다”며 “전화콜에 한정해 대리운전 시장을 보호한다면서 정작 전화콜을 관장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인수하는 것을 시장확장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 24일 동반위는 제70차 본회의를 열고 대리운전업에 대한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의결했다. 동반위가 발표한 권고안에는 △적합업종 합의·권고는 전화콜 시장으로 한정 △대기업의 신규 진입 자제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은 확장 자제 △대기업의 현금성 프로모션(플랫폼 영역 포함) 통한 홍보 자제 △대리운전 기사 처우 개선 및 복지 향상을 위한 협의체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동반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티맵모빌리티는 지난달 17일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업계 1위 로지소프트 지분 100%를 약 547억원에 인수했다. 엄밀히 따지면 이번 대리운전업 적합업종 합의·권고는 전화 유선콜 시장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로지소프트도 인수를 원했다는 일각의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로지소프트를 운영하는 바나플은 지난 5월 16일 동반위에 공문을 보내 “신청단체의 사업영역과 무관한 다른 대리운전 생태계 운영에 대한 제3자들 간의 일방적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중개프로그램사 관계자는 “대기업의 시장 확장이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이들이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상황이라 로지도 인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것에 혈안이 돼 있는 것보다 동시 콜 공유나 자체 기사 확보 금지, 기사 보험료 지원 금지 등과 같은 내용을 세부안에 담는 것이 훨씬 현명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티맵과 로지소프트의 본격적인 콜 연동이 시작될 경우 티맵 대리기사들은 로지소프트에 공유되는 콜을 함께 볼 수 있게 되고, 반대로 로지소프트 기사 역시 티맵에 공유되는 콜을 볼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동반위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 5월 결론을 내렸지만, 오는 9월까지 대리운전총연합회와 대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지속적인 실무회의를 거쳐 세부안을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대리운전시장을 두고 여전히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다 보니,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오는 9월까지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인 세부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중구 티맵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관계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다만 뚜렷한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리운전총연합회 측은 당장 동반위가 티맵의 시장 확장을 중재하지 않는다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엄포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신승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의장은 “권고안이 애초 전화콜에 대해서만 시장 진출을 제한한 탓에 이런 부작용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같은 울타리에 토끼와 호랑이를 넣어놓고 싸우라고 하는 격이다. 동반위에서 이런 식으로 중재자 역할을 못 할 경우 오는 8월 중 동반위의 권고에 관한 재심의를 요구하는 전국단위 결의대회를 열고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