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못 빠지나] 개편 움직임 시작한 재초환…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단지들

2022-07-29 15:34
재건축 부담금 환수無…'재초환 대수술' 예정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큰 개편 없으면 효과 적을 것

최근 1인당 7억7000만원의 재건축 부담금을 통보받은 한강맨션 전경. [사진=신동근 기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개편에 시동을 건 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발표되는 현 정부 첫 주택공급대책에 어떤 재초환 완화 방안이 나올지 재건축 단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 달 주택공급대책에는 재초환 완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초환 관련) 적정선을 찾아 8월 주택공급대책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660가구) 재건축 조합은 최근 용산구로부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 예정액으로 1인당 7억7000만원을 통보받았다.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 중 역대 최고금액으로 현 아파트 시세의 20% 정도에 달한다.
 
한강맨션 주변 공인중개업자는 “재초환 부담금이 생각보다 높아, 소유주들이 걱정이 심하다”라며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체 시장이 침체하며 관심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는데, 관심도가 더 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정부가 8월 재초환 개편에 나선다고 알고 있어서 그 부분을 다들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는 개발이익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법률로 제정된 뒤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2017년까지 유예됐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1월에 부활해 2020년 부과 절차에 들어갔다.
 
재건축초과이익은 재건축사업으로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초과해 조합에 귀속된 주택가액의 증가분을 말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 이하일 경우는 면제되고, 3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부터 2000만원 단위로 구간을 나눠 10%에서 최대 50%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징수된 재건축부담금은 국가 50%, 해당 특별시와 광역시·도 30%, 해당 시·군·구 20%씩 각각 귀속된다. 귀속분은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국민주택사업특별회계 등으로 쓰인다.
 
다만 시행까지 논란이 크게 있었던 제도다.
 
실현되지 않은 재산에 부담금?…뜨거웠던 위헌 논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는 가장 강력한 규제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재산권 침해, 평등원칙 위반 등에 대한 위헌 주장이 있어왔다. 정부나 지자체가 환수하기에 편의상 세금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부담금이라고 표현해야 옳다.
 
세금은 국가가 일반적인 공공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담세능력이 있는 일반국민에 부과된다. 그러나 부담금은 어떤 특수한 과제 수행을 목적으로 일정한 관련성이 있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서만 부과된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이 부담금은 목적을 가지고 쓰인다. 부담금 중 지방자치단체 귀속분은 재건축을 진행한 곳의 인프라, 예를 들어 해당 지역 도로를 넓히거나,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등 목적에 한해서만 쓸 수 있다.
 
앞서 재초환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수익에 대해 부담금을 부여하면서, 위헌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오랜 기간 심리를 진행한 뒤 헌재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주택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건축 사업으로 생기는 초과이익을 소수가 사유화하면서 소득구조의 불균형과 계층 간 갈등, 주택가격의 폭등이 발생하는 것을 재건축 부담금 제도가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건축부담금은 공시지가라는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산정되고, 정상지가 상승분과 개발이익 등을 공제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헌재는 재건축부담금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가 실현되는 공익에 비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유명무실한 재초환…아직 부과 0건
법 제정 이후 2번의 특례가 적용되면서 실제로 이 제도가 적용된 단지는 거의 없다. 10여년 동안 유예됐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다시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관련 법이 있음에도 사실상 17년째 집행을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까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조합은 전국 63개 단지, 3만3800여 가구에 달하지만 2019년 이후 부담금이 실제 부과돼 징수까지 완료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앞서 부담금이 1인당 수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과까지 거센 반발이 예상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강맨션 사례 이외에도 성동구 장미아파트는 5억원, 서초구 반포 3주구는 4억원, 강남구 대치쌍용 1차는 3억원의 부담금 예정액이 각각 통보됐다.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의 가구당 부담금 예정액은 4억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재초환 개편 효과는?
전문가들은 재초환을 개편하면 재건축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재초환은 민간공급 활성화를 막는 큰 규제였기 때문에 제도를 꼭 개편해야 한다"며 "결국 공급이 이뤄져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강남 등 재건축 단지가 집값 상승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었다. 2020년 9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연구팀의 '재건축 초과이익의 적정성 및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권의 노후(재건축 추진) 아파트와 관련해 이들 아파트가 집값 불안을 야기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초환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는 인근에 있는 비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흐름에 후행하는 비율이 더 높고 서로의 가격상승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며 "재건축 사업이 주택가격 불안의 진원지로 여타 아파트보다 유의한 가격상승이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재초환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부동산 부담금 부과기준 금액 상향 △부과율 인하 및 비용인정 항목 확대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부담금 납부 이연 등 재초환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재초환 개선안은 초과이익 산정 시점을 미루고 면제 기준 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상가 소유주 관련 재초환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상가 조합원이 재건축 주택을 공급받으면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부대·복리시설 가격과 재건축 이후 주택 가격을 비교해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하도록 했다. 부대·복리시설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현행 제도와 비교하면 초과이익 산정액이 감소하는 만큼 재건축부담금도 줄어든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부담금이 줄어들면 재건축 속도는 빨라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다만 최근 들어 재건축 시장이 침체하고 있어, 폐지되거나 부담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지 않는 이상 속도가 유의미하게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