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기도·의회 통큰 화해로 협치 이뤄야

2022-07-29 15:00
여·야 감정 대립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 몫
경제부지사에 거는 기대 어느 때보다 높아
오래가면 갈수록 도민 고통 해소에 도움 안 돼

경기도청 [사진=경기도]

교착상태에 빠진 경기도의회 정상화가 더 어렵게 됐다. 경기도 경제부지사 취임 전날 저녁 불거진 소위 ‘술잔투척사건’ 때문이다.
 
발단은 27일 도의회 여야 대표의원과 김용진 부지사의 만찬회동에서 비롯됐다. 김 부지사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만찬에서 세 사람은 도의회 원 구성과 도·도의회 협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 부지사와 국민의힘 도의원 대표 간 논쟁이 이어졌으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김 부지사가 맞은편 벽을 향해 술잔을 던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국민의힘 측은 즉시 반발했고 파면을 요구하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경기도의회의 파행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냉철히 살펴볼 일은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원인과 동기를 짚어봐야 한다는 점이다.
 
김 부지사가 다음날인 28일 즉각 사과에 나서면서 잘해보려는 충정에서 비롯된 일이라 밝혀서다.

김 부지사는 “시급한 경제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도의회 정상화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두 대표와 논의과정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며 깊은 반성과 사죄를 한 뒤 특정인을 향해 행동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고 했다.
 
물론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고위공직자로서 욱하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저지른 행동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측에서 파면 요구와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불미스러운 일을 여야 각 당이 도의회 정상화와 연계시켜 해결하려는 정략적 판단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과 도의회 정상화는 별개의 사안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더욱 꼬여가고 있는 경기도의회의 여야 간 매듭도 풀 수 있다.
 
경기도의회의 여·야 의원들이 지금처럼 감정으로 대립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 몫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산적한 현안이 산더미인데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면 해결이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민들은 경기도의회의 일하는 모습을 원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경기도의회 '개점휴업' 사태가 길어지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각계 시민단체들이 도의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도의회 여야 의원들의 대립 속에 개원조차 못 하는 상황에서 어렵게 임명된 경제부지사다.

비록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지만 경제부지사가 출발한 만큼 기대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제부총리로 재임할 때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지냈으며 6·1지방선거 선대위 비서실장, 도지사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김 지사를 보좌한 최측근이기도 하지만, 행정고시 출신에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대변인, 한국동서발전 사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을 지낸 경제통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김 부지사는 28일 취임식에서도 “경기도 경제와 민생 회복, 경기도정의 성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뒤 "경기도를 세계 첨단산업 중심지이자 기업 성장과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 미래 농·어업을 선도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아무튼 불미스러운 사건의 여진이 오래가면 갈수록 경기도민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비가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도민을 위해 김 부지사와 국민의힘 대표, 도의원 당사자 간 정치적·개인적 화해로 충돌을 속히 마무리하고 ‘여·야·정’ 협치를 이뤄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