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오구 플레이 시인한 윤이나, 경기위원들 생각은?

2022-07-26 14:45

윤이나. [사진=KLPGA]

윤이나는 지난달 16일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 홀에서 자신의 분실구 대신 찾은 타인의 분실구로 오구 플레이를 했다.

지난 7월 17일에는 경사가 났다.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생애 첫 승을 기록했다. 왕관을 머리에 쓰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뒤늦은 오구 플레이 시인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한골프협회(KGA)에 시인한 날짜는 7월 15일이었다. 오구 플레이로부터 한 달 뒤다. 첫 우승 기준으로는 이틀 전이다.

윤이나는 7월 25일 자신의 에이전시(크라우닝)를 통해 입장문과 사과문을 배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문을 굳게 닫고, 대회 출전도 잠정 중단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장타 여왕'으로 칭송받던 19세 윤이나에게 '규칙 위반자' 낙인이 찍히는 것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대회 주관사인 KGA와 소속 협회인 KLPGA의 처분이 남았다.

일각에서는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R&A)의 경우 선수에게 중징계(영구 출전 정지 등)를 내린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관련 협회 경기위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윤이나. [사진=KLPGA]

위원들은 윤이나의 행동에 대해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A 경기위원은 "(오구 플레이는) 불순한 행동이다. 대회 중에도 사실을 알릴 기회는 있었다. 2벌타로 막을 것을 막지 않았다. 붉어질 것 같아서 뒤늦게 시인한 것 같다. 후문도 불순했다"고 했다.

B 경기위원은 "행동의 질이 나빴다. 골프는 스스로가 심판이다. 캐디와 짜고 한 달을 숨겼다는 것은 심히 잘못된 행동"이라며 "우승은 어쩔 수 없지만, 최근 대회 출전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 나간다고 해도 주위에서 말렸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징계 이야기로 넘어갔다. R&A 중징계 주장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 징계 수위는 모호하게 답했다.

A 경기위원은 "R&A는 중징계 시스템이 없다. 시합 내에서만 규칙에 따른다. 물론 대회 조직위원회의 이름으로 징계를 내릴 수는 있다"며 "현재 스포츠공정위의 절차를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KGA에 이어 KLPGA가 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KGA의 징계 수위보다는 KLPGA 징계 수위가 주목받을 것이다. KGA는 대회가 한 개라 1년 징계라도 무게가 다르다"고 했다.

B 경기위원은 "R&A는 중징계 케이스가 없다. 유럽에서는 한 선수가 골프채 15개를 가져왔다가, 한 개를 숲에 버린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는 실격과 벌금 정도로 마무리됐다. 골프는 신사와 숙녀의 게임이다. 빌런(악당)이나 치터(사기꾼)를 위한 규칙은 없다. 물론 해당 기록은 시인으로 인해 변경됐다. 이제는 윤리적인 문제다. KGA 징계 이후 KLPGA가 고민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위원들은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의식했다. 윤이나를 한 사람이 아닌 프로골퍼로 바라봐야 한다는 당부도 남겼다.

A 경기위원은 "상징적으로 처벌 수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오구 플레이로 영구 제명을 하면 해외에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원만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 도의적 책임을 제외한 한 명의 프로골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B 경기위원은 "영구 제명을 하면 국제적 망신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해당 선수가 한국을 등지고 해외에서 뛰더라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 있다. KGA보다는 KLPGA 징계 수위가 주목받고 있다. 선수에게 내릴 수 있는 적당한 징계 수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한 경기위원은 KGA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이나는 2019·2020년 국가대표 출신이다.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성적 위주라 일명 '알까기'가 많다는 소문이 있다. 대회에는 갤러리가 입장할 수 없다. 아이들은 보는 사람이 없으니 걸리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KGA 치프 레프리도 돌아가면서 한다. 구심점이 없어 보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