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떡하라고"…송출수수료 인상 가능성에 中企홈쇼핑 '한숨만'

2022-07-26 07:00
송출수수료 또 오르나…홈쇼핑·IPTV 송출수수료 인상 협의 중
중기 홈쇼핑업계 "TV 방송 매출 줄고 수수료 증가...실질적 대안 필요"

[사진=홈앤쇼핑]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며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인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공영쇼핑)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방송 매출 하락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수료까지 인상되면 심각한 경영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홈쇼핑사와 IPTV간에 송출수수료 협상이 진행 중이다. 송출 수수료란 TV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IPTV, 위성, 케이블TV)에 채널을 배정받고 지급하는 채널 이용료다.

업계에선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작년에 이어 송출수수료가 인상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실제 송출수수료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홈쇼핑업계(TV홈쇼핑·T커머스) 12개사가 2021년 유료방송에 지출한 송출수수료는 전년 대비 11.2% 증가한 2조2508억원이다. 이는 전체 홈쇼핑방송매출 중 무려 58.9%로, 지난 2020년 53.1%보다 5.8%포인트 더 올랐다.

반면 TV홈쇼핑사의 TV 매출 비중은 매년 하락세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TV홈쇼핑 7개사의 전체 매출 5조8551억원 가운데 방송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1.4%(3조115억원)로 나타났다. 2017년 63.7%에 달한 방송 매출 비중은 2018년 60.5%, 2019년 56.5%, 2020년 52.4%로 해마다 감소세다.

송출수수료의 가파른 상승은 결국 중기 홈쇼핑업계 경영악화로 이어졌다. 중소기업 판로확대라는 공익성을 우선으로 둔 이들에겐 대기업 홈쇼핑 대비 사업 제약이 많아 수익성 개선을 통해 늘어난 수수료를 감당하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현재 홈앤쇼핑과 공영쇼핑은 중소기업 및 농·어민 상품을 각각 80%, 100% 비중을 두고 판매하고 있다. 판매수수료율 역시 대기업 홈쇼핑 대비 평균 10% 정도 낮다. 

공영쇼핑은 개국 이래 5년간 줄곧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매출액 2046억원, 영업이익 147억원을 냈다. 매출액은 지난 2020년보다 0.3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4% 감소했다.

홈앤쇼핑의 지난해 매출액은 4254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95억원으로 전년도(404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쳤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2017년도까지 취급액 대비 2.0~2.3%대 이상을 유지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취급액(2조6180억원) 대비 0.7%대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홈앤쇼핑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2.9%로 전년 대비 7.5%보다 하락했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업계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라며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매년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 없이 송출수수료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차가 커 인상과 관련된 합의를 이끌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송출수수료 부담은 결국 홈쇼핑·T커머스에 납품하는 중소협력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비중이 높고 판매 수수료가 낮아 수익성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 중 대부분을 송출수수료 지불에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익성이 안 좋은 상태에서 송출수수료를 부담하기 위해선 결국엔 판매수수료를 올릴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송출수수료 인상을 언급하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서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TV홈쇼핑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인상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홈쇼핑이 '더블라이브'를 통해 TV판매방송과 라이브방송을 한 스튜디오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모습 [사진=공영홈쇼핑]

“T커머스 진출 vs 판로 확대 집중” 홈앤·공영쇼핑, 정반대 전략 ‘눈길’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기 홈쇼핑업계도 T커머스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수익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홈앤쇼핑 측은 T커머스 사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T커머스는 TV와 상거래를 뜻하는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다. TV를 보다가 리모컨을 사용해 상품 정보를 검색하고 구매, 결제를 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를 뜻한다.

현재 TV홈쇼핑 7개사 중 T커머스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곳은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 두 곳뿐이다.

T커머스는 홈쇼핑과 같은 5년 허가제 사업이다. T커머스 신규 채널 개국에 나서기 위해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T커머스 사업 허가는 2005년 마지막으로 이뤄진 탓에 이후 생겨난 홈앤쇼핑(2011년)과 공영홈쇼핑(2016년) 채널만 T커머스 채널이 없다.

하지만 소비자 구매 패턴이 TV홈쇼핑보다 T커머스 쪽으로 기울고 있어 더 이상 시장 진출을 지체할 수 없다는 게 홈앤쇼핑의 설명이다.

다만 기존 T커머스 시장에선 새 사업자가 추가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황금 채널’을 둘러싼 송출수수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홈앤쇼핑 소액주주 측도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무리라는 뜻을 밝혀 홈앤쇼핑의 T커머스 진출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영쇼핑 측은 T커머스 진출보단 ‘중소기업 판로확대’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최근 식품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를 특허 출원하고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표권 출원명은 ‘미:잇’, ‘미:읻’, ‘미:EAT’ 등이며 가공 처리 제품부터 맥주 등 제조 음료까지 다양한 식품 범위 내에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아직 식품PB 제품이나 출시 일정 등이 전해진 건 없다”면서도 “중소기업 판로확대 차원에서 준비 중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