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인사이드] 제이에스티나 전 대표 무죄...임원의 주가폭락 직전 주식매도, 유무죄 관건은

2022-07-25 15:44
회사의 실적악화...法 "미공개 중요정보로 보기 어렵다"
중요정보인가, 취득한 정보 활용했나, 시장 파장 '관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22.05.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공시하기 전에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이에스티나 전 대표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비슷한 혐의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신라젠 전 대표도 항소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기석 전 제이에스티나 대표와 제이에스티나 주식회사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회사 실적이나 호재성·악재성 정보 등 회사 내부 사정을 깊숙이 파악하고 있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잇따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미공개정보'와 '주식거래'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유무죄를 가르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 회사 실적 악화···法 "미공개 중요 정보로 보기 어렵다"
제이에스티나 2대 주주인 김 전 대표는 2019년 2월 2년 연속 적자 실적 공시를 내기 전 본인이 보유한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혐의를 받았다. 그가 2019년 2월 1∼12일 시간 외 매매와 장내 거래 등으로 팔아 치운 주식은 모두 34만6653주로 파악됐다. 경영기획팀이 산출한 자료를 보고 손익구조가 30% 이상 변동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매도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게 공소사실이다.

김 전 대표가 대량 매도한 마지막 날인 12일 장이 끝난 후 제이에스티나는 연간 영업손실액이 8억6000만원으로 전년보다 18배가량 늘었다고 공시했다. 이후 회사 주가는 약 한 달 만에 40%가량 급락했다.

1·2심은 제이에스티나 적자 실적이 미공개 중요정보라고 보기 어렵고, 해당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자사주 처분 공시는 주가 하락에 영향을 주는 악재성 정보로 단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거 제이에스티나가 자사주를 여러 차례 처분한 적이 있었고, 그것으로  당시 주가가 소폭 하락하거나 오히려 상승한 적이 있다는 점이 무죄의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주식 처분 경위를 볼 때 피고인들이 입수한 시세 정보 등을 악재성 미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인식하에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2018년 제이에스티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해 매출 구조와 손익 정도가 30% 이상 변동될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사실에 따른 실적 악화 정보가 악재성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제이에스티나 자사주 처분 공시 외에도 기관투자자 대량 매도 등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다른 요인이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 64억 손실 피한 신라젠 신현필도 무죄
자사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 실패 가능성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해 수십억 원대 손실을 피한 혐의로 기소된 신현필 전 신라젠 대표도 지난 2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신 전 대표는 신라젠이 개발하던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3상 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결과를 미리 알고 보유하고 있던 주식 16만주를 87억원에 매도해 64억원 상당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2019년 4월께 임상 결과 정보를 접하고 6월부터 주식을 매도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2019년 3월과 4월 만들어진 문서들만으로는 펙사벡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가 부정적일 것임이 예측되는 '미공개 정보'가 생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2심도 "피고인이 임상시험 실패를 예견했다면 보유하던 스톡옵션도 시급히 매각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고,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한 후 주식을 매도했다거나 주식 매매가 비정상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미공개 정보 이용 유무죄 가르는 조건 3가지는
기업 임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74조에 규정돼 있다. 해당 조항은 기업 임직원과 주요 주주 등 내부자가 그 직무와 관련해 지득하고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해당 기업의 미공개 중요 정보 등을 이용한 주식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 임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혐의가 인정되려면 크게 세 가지를 입증해야 한다. △취득한 정보가 미공개 중요 정보에 해당하는지 △매수·매도 행위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것인지 △해당 정보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나 파장이 큰지 등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먼저 수사기관이 증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 '미공개 정보'와 '주식 거래'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찬석 초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장(법률사무소 선능)은 "임원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했다는 것은 추정에 불과하다"며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득해서 그것을 갖고 주식 거래에 이용했는지 여부를 증거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증거 확보를 충분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차상진 증권전문 변호사(차앤권 법률사무소)는 "취득한 정보가 시장에 영향을 주는 수준의 정보인지도 유무죄 판단 근거가 된다"며 "제이에스티나 사건과 관련해 취득한 정보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중요한 정보라고 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공개 정보가 시장에 미칠 결과는 어떠한지 등과 같은 인과관계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