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비상경영'] 대표 주재 잇단 경영회의, 출장·회식 자제…하반기 경영시계 '적신호'

2022-07-24 18:00
삼성, LG, SK 등 이어 포스코그룹까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
코로나19 재확산에 사내 방역 지침 재정비…접촉 최소화 당부

올 하반기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코로나19 상황까지 재확산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경영 보폭이 좁아지는 모습이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 주재 ‘그룹경영 회의’...4대 그룹 사실상 ‘비상경영 中’
24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최근 전사 차원에서 비상경영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지난 21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주재로 그룹 내 사장단과 전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그룹경영 회의’에서 이같이 정했다.
 
포스코그룹은 현 글로벌 경제 상황을 △수요 산업 부진, 재고 자산 증가 등에 따른 글로벌 시장 축소 △원자재·에너지와 금융·조달 비용 상승 △원자재·에너지 공급망 불안 등이 겹친 복합 위기 상황으로 진단했다.
 
이에 대응해 △적극적인 수익성 방어 △구매·생산·판매 등 각 부문 구조 개선을 통한 원가 혁신 △해외 법인 리스크 점검 △투자 계획 조정 등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한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 주재 회의에서는 경영 환경 불확실성에 따른 철강, 인프라, 에너지, 이차전지소재 등 그룹 내 주요 사업별 위험 요인과 대응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핵심 사업인 철강 사업은 비상 판매체제 운영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이미 삼성전자 등 4대 그룹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전자 계열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삼성이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 건 2019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경기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오전 7시 30분부터 8시간 넘게 이른바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다.

긴급 사장단 회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열렸다.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를 체감했다며 돌파구로 ‘기술’을 강조한 데 따라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기 차원으로 열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18일 그는 네덜란드 등 유럽 출장을 다녀온 직후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다음으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강조했다. 
 
LG그룹도 지난 5월 구광모 회장 주재로 3년 만에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열어 전략을 재정비했다. 통상적으로 5월과 10월 각각 상·하반기 전략보고회를 개최해왔으나 2020년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하반기 한 차례 사업보고회만 실시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계열사와 사업본부별로 중장기 전략 방향을 점검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라 재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 SK그룹도 경영 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나서긴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2022 확대경영회의’를 열었다. 이는 그룹 내 상반기 최대 전략회의로 꼽힌다. 연이어 다음 달 중에는 SK그룹 내 최대 연중행사로 여겨지는 ‘2022 이천포럼’을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최고경영진이 모여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한화그룹은 지난 5월 유화·에너지 사업 부문별 사장단이 모여 경영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토탈에너지스 등은 사장단 회의를 열어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현안을 점검했다. 계열사들은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생산 차질 최소화를 위해 안전 재고 물량을 확대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급처 다변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출장·회식 자제...방역 지침 강화
 
여기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다시 늘면서 기업들은 사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 재확산하면 기업들 경영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 4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와 함께 사내 방역 지침을 풀었으나 최근 다시 강화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간담회를 포함한 회식과 대면 회의, 교육,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사내 방역 지침으로 공지했다. 또 국내외 출장을 가급적 자제하되 불가피한 출장 시 인원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50세 이상은 4차 백신을 접종해야 출장이 허용된다. 이에 다음 달 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삼성 갤럭시 언팩 2022’ 출장 인원도 필수 인력만 파견될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확산세라면 오는 9월 2~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인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이파(IFA) 2022’에도 최소 인력만 파견할 가능성이 크다. 2년 만에 열리는 IFA는 올해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다만 독일 현지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지며 방역을 강화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도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 확산과 휴가철 이동량 증가, 신규 확진자 급증 등 코로나19 재유행을 고려해 기존 방역 지침을 강화했다. 교육, 행사, 회의를 비대면으로 하도록 권고했고, 국내 출장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또한 사적모임 등 업무 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다른 기업들은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을 살피며 정부의 방역 조치에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이 있는 외국 현지 코로나19 상황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삼성전자 서초사옥, SK그룹 서린사옥, LG그룹 여의도사옥,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