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2분기] 충당금 쌓고, 배당 안 줄인다

2022-07-23 15:00

[그래프=아주경제 그래픽팀]

4대 금융지주는 2조원에 달하는 부실 대비 비용(대손충당금)을 쌓고도 올 상반기 9조원에 육박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부실 대비와 역대급 실적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하반기 경기 둔화 전망으로 배당 성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왔지만 주주 친화적인 배당 성향을 제시하며 배당 확대 의지를 명확히 하면서 호평이 쏟아졌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 수장들에게 금융 리스크 대응을 위해 "예상 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충당금 적립과 자본 확충 등을 준비해달라"면서 "금융지주 스스로 시장의 1차 방어선이라는 책임감을 가지라"고 당부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과잉 유동성과 국제정치적 요인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통화 긴축으로 환율과 금리, 자산가격의 변동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이런 복합 위기 상황에서는 특히 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시장 안정을 위한 치밀한 대응 체계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대출 부실 대비 충당금 쌓아라" 당국에 화답하는 금융지주

[표=신한금융]

22일 신한금융그룹은 상반기 충당금을 넉넉히 쌓고도 최대 실적을 거뜬히 경신했다. 신한금융의 2분기 대손충당금은 직전 분기 대비 47.0% 늘어난 3582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충당금(1713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신한금융의 총 상반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6018억원에 이른다. 

이태경 신한금융 재무총괄(CFO)은 "자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충당금을 넉넉히 쌓았고 9월 말 소상공인 대출 원금상환, 이자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큰 충격이 없는 등 건전성이 나빠질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미래를 대비해 추가로 쌓을 수는 있다"고 했다.

KB금융그룹의 2분기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3331억원)은 지난해 2분기(2237억원)보다 48.9%나 많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기준금리, 환율 등 각종 지표에 따른 미래 경기 전망을 보수적으로 반영해 충당금을 약 1210억원 정도 더 쌓았기 때문이다. 총 상반기 KB금융의 총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4632억원이다. 

[표=KB금융]

그룹 관계자는 "KB금융은 현재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내실 위주의 경영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런 보수적인 충당금 정책을 지속해온 결과 부실채권 커버리지 비율(NPL Coverage Ratio)은 업계 최고 수준인 222.4%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임필규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총괄 부사장(CRO)은 "금융 시스템적으로 건전성에 위기가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선제적으로 이뤄졌고, 최근 더 강화됐기 때문에 건전성 유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금융그룹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올 상반기 4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4% 증가했다. 2분기 충당금 적립액은 3308억원이다. 우리금융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이번 분기 충당금 추가 적립을 통해 손실 흡수 능력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은 1분기 603억원에 이어 2분기 1243억원을 포함, 상반기 총 1846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상반기 충당금전입액은 42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5.6% 증가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 충당금전입액의 약 80% 규모를 상반기에 인식함으로써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배당성향은 그대로 'UP' 유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KB금융지주는 이사회에서 올해 2분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500원으로 결정하고,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의결했다.

서영호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은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6월과 7월 주요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주주들과의 만남에서, 주주들이 원하는 건 배당금의 급속한 증가보다는 꾸준한 증가라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현금 배당과 주식 매입을 포함해 배당 성향이 30%에 도달할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 CFO는 "올해 순이익이 작년보다 1원이라도 많다면, 주당 배당금도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면서 "배당 성향 30% 달성 후에는 중장기적으로 현금 배당보다는 주식 매입과 소각에 더 초점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2분기에도 분기배당에 나선다. 1분기엔 400원의 분기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금은 다음달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분기 배당과 관련해 "주주환원 예측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분기 배당 정책을 정례화했다"며 "2분기에도 분기 배당을 할 계획인데, 배당액 등은 8월 이사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이날 올해 2분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150원으로 결정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직접 콘퍼런스콜에 나서서 하반기 경영 관리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손 회장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 등에 따른 복합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적극적 리스크 관리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금번 중간배당(주당 150원)을 포함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주주환원 활동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15년간 이어온 중간배당 전통을 잇는 차원에서 주당 8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향후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통해 주주환원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