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탁상행정에 20년째 실패한 전통시장 지원책, 현장 중심으로 악순환 끊어야

2022-07-17 19:00
곽의택 한국소공인진흥협회 회장

곽의택 한국소공인진흥협회 회장 [사진=한국소공인진흥협회]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으로 가뜩이나 코로나로 어려운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탁상행정이란 소극 행정의 한 유형으로, 공무원이 소극적 업무 행태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재정상 손실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그간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한 전통시장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이러한 ‘책상머리 대책’들이 많이 발견된다.

소상공인업계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과 달리 현장이 다양하지만 이를 간과한 탓이다.

실제 전통시장 정책 담당자들은 해당 부서에 2~3년 근무하면서 현장을 익히는 것이 전부다. 너무 짧은 근무 순환 주기로 현장보다는 해당 부처에서 발주한 연구보고서에 의지하는 게 최선인 처지다.

하지만 참고하는 연구 보고서마저 매년 달라지는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 채 몇 년째 똑같은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

정부에서 전통시장 지원 사업에 몇십 년째 수백억원의 거금을 들여도 발전이 없는 이유다.

전통시장과 상점가 지원 사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활발히 진행돼 왔지만 초기 지원 시 내건 5대 핵심 과제(△결제 편의 △가격·원산지 표시 △위생 청결 △안전 △조직 활성화)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골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탁상행정은 결국 전통시장 상인들을 ‘멘붕(멘털 붕괴)’에 빠트렸다. ‘디지털 전통시장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사업은 1년 동안 일정 예산을 통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시장 상인들의 이해도 부족으로 지원 사업이 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인 지원책 중 하나인 ‘대형 온라인 플랫폼 입점’ 사업은 상인들에 대한 경쟁력 있는 아이템 확보 지원은 뒤로한 채 무리한 입점만을 추진해 결국 입점 상인 대부분이 경쟁에서 밀려 안 하느니만 못한 지원책으로 전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통시장 현장의 이해도와 상인교육의 중요성을 외면한 채 진행된 ‘청년몰 육성 사업’은 대도시 전통시장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철저한 현장 중심 지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전통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선 현장을 먼저 바라봐야 한다.

디지털 수용도가 낮은 소상공인들에게 무작정 디지털 기술 도입을 지원해줄 것이 아니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을 우선적으로 진행해 스마트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황 및 단계별 추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은 15.4%로 나타났다. 이 중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소상공인은 29.7%에 불과하다.

소상공인들은 대체로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자금·인력이 부족하고, 제조업·부동산업 등 업종과 20·30대 젊은 층은 자금 준비가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더 많은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기 위해선 상인 교육을 대형 공공기관과 단체 등에만 의존하지 말고 민간단체와도 협업할 필요가 있다.

상인회 활성화에도 앞장서야 한다. 전통시장 지원사업 성과가 저조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상인회 리더십 부재다.

상인회별 비전과 미션 그리고 실행 전략을 세워 회장과 몇몇 임원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닌 조직 전체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새 정부가 정말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현실에 맞는 지원 로드맵부터 다시 재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20년째 반복되는 전통시장 정책 실패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현장 곳곳에 지원 정책들이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