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분당은 왜 어려운가...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2022-07-15 07:00
여의도를 떠도는 '정계개편' 시나리오...2년 뒤 총선 앞두고 탄력받을까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보훈재활체육센터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안산시장선거 선거소청 검증'에서 관계자들이 재검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오는 것처럼, '정계개편' 이야기는 유령처럼 여의도 정치권을 항상 떠돈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거나, 차기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노리는 당내 갈등이 심화되거나, 거대 양당의 헛발질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질 때 정계개편 이야기는 활발하게 나온다. 공교롭게도 지금 그 3가지 조건이 다 충족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여의도 정치권에 나도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모두 쉽게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세력이 뭉칠 핵,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등장해야 한다. 또 '제3지대'와 같이 정당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신생 정당을 창당하거나 기존 정당에서 나와 분당을 감행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그런 식으로 탄생한 정당이 기성 정치권에 자리를 잡고 국민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
 
◆창당 혹은 분당, 그리고 합당의 절차
 
헌법 제8조에 따르면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또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
 
정당법 등에 따르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된다. 정당은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하고, 각 시·도당은 당해 시·도당의 관할 구역 안에 주소를 둔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갖추어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함으로써 성립한다.

창당을 위해선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부터 구성해야 한다. 창준위는 중앙당의 경우 200명 이상, 시·도당은 100명 이상의 발기인으로 구성한다. 중앙선관위에 창준위 결성 신고를 하고 6개월 이내 정당법에 나온 요건을 갖추도록 당원 모집 등 작업을 마친다면, 창당 대회를 거쳐 정식으로 정당이 출범하게 된다.

분당 역시 같은 절차를 밟는다. 기존 정당에서 당원들이 집단적으로 탈당을 감행하고 창당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만약 지역 기반이 튼튼한 국회의원들이 모여 창당 작업을 진행한다면 그 작업 기간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합당은 흡수합당과 신설합당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흡수합당은 한 정당이 1개 이상의 다른 정당을 흡수하는 것을 의미하고, 신설합당은 복수의 정당이 합당해 새로운 정당을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각 정당들의 대의기관이나 그 수임기관의 합동회의가 결의하고, 중앙선관위에 등록(신설합당의 경우) 또는 신고(흡수합당의 경우)함으로써 성립한다.

정당 합당이 성립한 경우 소속 시·도당도 합당한 것으로 본다. 합당으로 신설 또는 존속하는 정당은 합당 전 정당의 권리·의무를 승계하며, 합당 전 정당의 당원은 합당한 정당의 당원이 된다.
 

국민의힘 소속 조경태 의원(앞줄 왼쪽부터), 정진석 국회부의장, 안철수 의원,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기현 의원이 지난 7월 12일 안철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공한 창당에는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있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성공한 창당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 혹은 대통령 자신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했을 때 가능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90년 이른바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이다. 현재 집권당인 국민의힘의 뿌리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는 '양김(김영삼·김대중)' 민주화 세력의 분열로 어부지리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듬해 13대 총선은 민정당(노태우) 125석, 평화민주당(김대중) 70석, 통일민주당(김영삼) 59석, 신민주공화당(김종필) 35석, 한겨레민주당 1석, 무소속 9석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다.
 
민정당은 야당과의 합당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려고 했다. 그 결과 제1야당인 평민당을 제외하고 민정당, 통민당, 신민주공화당이 '보수 대연합'을 명분으로 합당에 성공했다. 현재 국민의힘과 그 전신 정당(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의 성향이 중도 보수와 강경 보수 사이에 있는 것도 민주화 세력과 개발독재 세력이 힘을 합쳤던 데 기인한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주도한 새정치국민회의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패배한 DJ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3년 뒤 이를 번복, 동교동계 등 자신의 계파를 이끌고 당시 민주당을 탈당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이후 새정치국민회의에는 학생운동과 시민운동 출신 등 재야 세력이 합류했다. 현 더불어민주당의 직계 조상 격으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인영 의원, 송영길 전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86세대가 정치를 시작한 것도 바로 새정치국민회의 시절이다.

◆정계개편은 이뤄질 것인가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YTN과 인터뷰에서 "최근에 만난 당외 인사가 '민주당 안에서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 꼭 있어야 하냐, 민주당 밖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창당을 하려고 하는데 같이 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주시기도 했다"며 정치권에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고, 합류 제의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현재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크게 민주당발 정계개편, 국민의힘발 정계개편, 윤석열 대통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민주당발 정계개편은 오는 8월 28일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친명(친 이재명)과 반명(반 이재명) 간 대립이 심해지다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문제로 분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된 이후 '대장동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면 민주당의 분열은 가속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발 정계개편은 최근 이준석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은 것에서 시작된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이 대표가 당내 친윤(친 윤석열)계에 불만을 가진 이들과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보수 성향 정당을 창당하고, 2030세대 등의 지지를 기반으로 총선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바른미래당의 '공중분해'를 경험한 이 대표가 또 모험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마지막 윤 대통령발 정계개편의 중심에는 '창당 전문가'로 불리는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있다. 김 위원장이 민주당 내 비문계 인사들에게 접촉해 민주당의 분열을 유도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현재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 7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혁신플랜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