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폭탄 째깍] 대출만기연장 종료에… 중기·소상공인 "다 죽는다" 원성

2022-07-14 07:00
"대출만기연장 바람직하지 않다"… 불안 떠는 소상공인
당국, 상환유예·채무조정 등 방안 모색… 중기부도 대환대출
전문가 "연착륙 방안 긍정적… 지원책 다양화해야"

13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 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빚으로 버텨온 영세 사업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이자 부담이 더해진 상황에서 금융 지원 종료 시 줄도산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지원 종료 임박… 파산 등 우려 목소리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유예 등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오는 9월로 종료될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지원 연장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예외적 상황을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지속하는 것이 과연 차주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채무 구조조정,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 제도 등 여러 제도를 마련했다”며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이 각 차주에 대한 부실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정부 정책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해서 9월 종료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연장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긴 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종료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는 결국 빚이 연장되는 일인 만큼 임기응변식 대처에 불과하고,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고자 2020년 4월 처음 시행됐으며 6개월 간격으로 4차례 연장됐다. 지난 1월 말 기준 금융 지원 조치를 받은 대출 잔액은 133조4000억원으로 총 55만4000명이 지원을 받고 있다.
 
금융 지원이 종료될 경우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채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해 연 2.25%로 높이면서 대출 금리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이 대출 상환에 나서게 되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폐업 혹은 파산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파산 신청은 2020년 5만280건에서 지난해 4만 8966건, 올 상반기 2만553건으로 줄었다. 이는 대출 만기 연장의 영향으로, 이 조치가 종료되면 개인 파산이 부쩍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도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등으로 내년부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위험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대출 금리가 해마다 0.5%포인트씩 오르고 금융지원과 손실보전금이 없어지는 시나리오를 통해 자영업자 원리금상환비율(DSR)을 분석한 결과, 자영업 가구의 DSR은 올해 38.5%(추정치)에서 2023년 46.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DSR이 높아진다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거나 부채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100만여명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벌써 상환 부담을 우려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금도 힘든데 어떻게 한꺼번에 갚나”, “파산 신청해야 한다”, “다 죽게 생겼다” 등의 극단적인 반응도 포착됐다.
 
전문가 “당국 연착륙 방안 긍정적··· 확대해야”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채무 부담을 덜기 위해 대출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해 비은행권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 저금리 대출로 대환하는 대출의 최고 금리를 7%로 결정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와 소기업·소상공인이 대상이며, 전환할 수 있는 대출 한도는 5000만원이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상환 유예, 채무 재조정 등 소상공인 대출자의 부실을 막기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빚을 갚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운 차주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새출발기금’(가칭)이 대출채권을 금융사로부터 넘겨받아 채무조정을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차주에겐 최대 3년까지 거치 기간을 부여하고, 최대 20년에 걸쳐서 장기·분할 상환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7월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정책자금 대출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도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중기부 산하 정책금융기관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9조원 규모의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지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계획에 따르면 중기부는 7월과 9월에 걸쳐 7% 이상의 고금리를 4~7%의 저금리로 전환하는 대환대출을 실시한다. 규모는 총 8조7000억원으로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8조5000억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대환대출이 실시된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 지원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 종료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오는 9월 해당 조치가 종료된다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채무 부담을 덜기 위해 지원 방안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중은 104.3%로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며,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조8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프로그램의 종료 여부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의 부실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노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조정과 이자부담 경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원활한 폐업과 재도전 지원 등의 소상공인 안전망을 보다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발표한 저금리 대환대출 방안 등은 긍정적이지만, 새희망 출발기금의 경우 소상공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중소기업 지원 방안이 다소 부족하다”며 “중소기업의 부채 연착륙을 위해 정부의 획기적인 금융 정책과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