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이나 했더니..." 고물가에 코로나 재확산 덮친 유통가, 다시 '긴장모드'

2022-07-13 16:06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IMF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난 지난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세에 여름 휴가 대목을 앞둔 유통업계가 다시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영향으로 되살아나던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면세업계는 고환율 부담에 더해 팬데믹 위기까지 덮치면서 여행심리가 꺾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만266명으로 4만명을 넘어섰다. 전날보다 2906명 늘어난 수치다. 이는 지난 5월 11일 이후 63일 만에 발생한 최다 규모다. 

문제는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정부도 빠르게 코로나 재유행이 시작되고 있다고 판단, 8월 중순에서 9월 말까지 하루 최대 20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유행 예상시기가 8월 중순이란 점에서 유통업계는 상황을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돼 바캉스 용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는 등 여름 대목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 업체들은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었다.

특히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악몽이 재현될까 염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12일께 수도권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4단계로 격상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영업시간이 밤 10시로 1시간 단축됐고 숙박시설인 호텔도 객실 67%만 판매할 수 있었다. 

이날 정부도 유행 상황이 중대할 경우 선별적·단계적 거리두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거리두기 부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유통업계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현재 국내에 급속도로 퍼지는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BA.5' 바이러스는 면역회피성이 좋고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원조 오미크론인 BA.1보다 전파력이 빠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BA.1이 지난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유행한 델타 바이러스 대비 전파력이 2~3배 강하다. BA.5는 이보다 전파력이 더 빠르다는 보고가 있다.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대형집객시설에 대한 고객의 거부감이 되살아날까 걱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게 되면 일단 방문객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대규모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것에 대한 고객들의 거부감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를 찍었다. 앞으로 7%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아직 재확산에 따른 매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매출 영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시식코너 등 거리두기 해제 이후 재개한 판촉활동은 현행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추후 정부의 대응에 따라 보조를 맞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 모습.[사진=연합뉴스]


면세점업계의 표정은 침울하다. 면세업계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에도 실적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나아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고환율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팬데믹까지 덮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1300원대를 돌파했다. 이날에도 달러·원 환율은 1306.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이 달러 강세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면세점을 찾는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 면세점 제품 가격이 백화점 가격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면세점은 세금 감면으로 백화점보다 제품이 저렴하다. 하지만 최근 환율 상승분이 세금 감면분을 넘어서면서 면세점의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코로나19 확산세까지 겹치면 여름 대목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팬데믹 사태로 확대된다면 해외여행 수요도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자칫 사람들의 여행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에 실적이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매출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며 "코로나 확산세가 더 커질 경우 여행심리가 경색되고 실적 회복도 더 늦어질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