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찾아온 인도, '폭염'으로 고통받는 일본…아시아 덮친 기후위기

2022-07-13 15:01
남부아시아 폭우로 대규모 인명·농작물 피해
일본, 147년 만에 '최악의 폭염'…도쿄 인근 40도 넘어
아시아 기후위기에 싱가포르 대규모 투자로 기후 변화 연구

아시아 국가들이 기후변화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인도를 비롯 남부아시아는 홍수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고 일본에는 폭염이 찾아왔다. 기후위기로 인해 남부아시아에는 농작물 생산이 위협받고 일본은 블랙아웃 우려까지 나온다. 앞으로도 반복될 기후위기에 싱가포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다.  
 
◆ 남부아시아 폭우로 대규모 인명·농작물 피해···일본도 폭염  
 

지난 11일 인도 아메다바드에 홍수가 났다. [사진=AFP·연합뉴스] 


남부아시아는 최근 폭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명 피해와 동시에 농작물 피해도 매우 심각하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월요일 폭우로 파키스탄의 금융 수도 카라치에 광범위한 홍수가 발생해 상업지구까지 잠겼다. 카라치에서는 상업지구가 물에 잠겨 사람들은 보트를 타고 이동해야만 했다. 무라드 알리 샤 신드주 총리는 기자들에게 대부분의 지하도가 물에 잠겼으며 홍수로 물을 퍼낼 곳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시간 만에 비가 126㎜ 내리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수로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어 추가적으로 고속도로도 잠긴 상태라고 했다. 

인도도 홍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인도 북부와 중부를 중심으로 폭우가 내렸다. 12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는 폭우로 100만명 넘는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 구자라트 당국은 24시간 동안 강우량 400~550㎜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인도 내무부는 이날 하루 동안 폭우로 7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구자라트가 인도 중부라면 인도 북부에서도 피해가 컸다. 지난 8일 인도 서북부 지역 카슈미르 인근에서는 폭우가 내려 종교 순례자를 위한 야영지가 대부분 훼손됐다. 공식적인 강우량 발표는 없었지만 이날 폭우로 16명이 숨지고 40명이 실종됐으며 6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도 정부는 군경까지 투입했지만 인명 피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인도 최북단 히마찰프라데시주에서도 지난 6일 폭우로 강을 가로지르는 집과 다리가 심하게 손상되거나 파괴되었다. 공식적인 강우량 발표는 없었지만 경찰은 4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사태와 홍수까지 동반돼 30명은 건물 안에 갇혔다가 나중에 구조되기도 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밀이 부족해진 만큼 더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3월 말 인도 기온이 50도 근처까지 오르면서 밀 수확량이 줄고 인도 정부는 밀 수출 금지를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수까지 심각해지자 밀 수출 금지 해제가 요원해진 상황이다. 

인도는 전 세계 2위 밀 생산국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인도는 밀을 700만톤 규모 수출했다. 하지만 주요 밀 생산지인 인도 중부와 북부가 폭염에 이어 폭우 피해를 입으면서 밀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1875년 이후 147년 만에 최악의 폭염에 시달렸다. 최근 NHK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6월부터 최악의 무더위를 겪었다. 일반적으로 6월 말 일본에는 장마가 찾아오지만 올해는 폭염이 찾아왔고 6월부터 시작된 폭염 강도도 역대 최악이었다. 

도쿄 인근 폭염은 더욱 심각하다. 도쿄 인근 군마현 기류시는 40.4도를 기록하며 기존에 군마현 이세사키시에서 관측된 올해 최고기온 40.3도를 경신했다. 그 밖에도 △야마나시현 고후시(40.2도) △사이타마현 하토야마(40.1도) △기후현 다지미(40도)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40도)도 40도를 상회했다. 147년 만에 닥친 최악의 폭염은 인명 피해와 에너지난으로 이어졌다. 특히 25%에 달하는 고령 인구는 온열 질환에 취약하다. 전력 소비가 크게 늘면서 '블랙아웃'이라고 불리는 전력 대란 우려도 높아졌다. 원유가 상승과 엔저로 인한 수입비용 증가로 에너지 공급 비용도 크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일본의 전력 공급 예비율은 3%대에 불과하다. 일본은 전력 공급 예비율이 3%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 '경보'를 발령하는데 훗카이도와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 전역에서 올여름 전력 대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정전을 피하기 위해 7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간 에너지 절약 기간을 선언했다. 
 
◆ 아시아 기후위기에 싱가포르 대규모 투자로 기후 변화 연구 
 

세계 기후 환경 연구 싱가포르 해수면 콘퍼런스 [사진=WCRP 홈페이지 갈무리]


문제는 폭염과 폭우 등 기후위기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세계기상기구(WMO)가 발간한 '2021 세계 기후 상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24도 높았다.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대기에 영향을 줘 무역풍이 강해질 수 있다. 서태평양 해수면과 수온이 상승하면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이 강해지곤 한다. 앞으로도 계속 수온이 상승해 라니냐 현상이 반복되면 아시아 지역에 폭염과 폭우가 지속될 수 있다. 

기후위기가 심해지고 반복될 조짐을 보이자 일부 국가들은 기후 변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싱가포르 기후연구센터(CCRS)는 기후 변화가 싱가포르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2350만 싱가포르달러(약 220억원)를 투입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기후 영향 과학 연구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싱가포르 프로그램은 5가지 영역에 중점을 둔다. △해수면 상승 △수자원 및 홍수 관리 △생물 다양성과 식량 안보 △인간의 건강과 에너지 △과학·정책 번역을 연결하기 위한 교차 연구 등이다. 

그레이스 푸 싱가포르 지속가능성과 환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세계 기후변화 리서치프로그램, 해수면 2022 콘퍼런스(World Climate Research Programme, Sea Level 2022 Conference)'에서 연설에 나섰다. 푸 장관은 이 프로그램이 "기후 영향 과학 연구를 통합해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바람, 강우량, 온도 등 지역에 초점을 맞춘 모델로 기후 변화가 지역 작물과 양식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지속가능성과 환경부 산하 기관인 국립환경청(NEA·National Environment Agency)은 기후 변화에 관한 최신 정부 간 패널 보고서를 인용해 기후 위기로 인해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빈도와 심각성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와 물, 식량, 에너지와 같은 필수 자원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이번 투자가 앞으로 홍수·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은 "예를 들어 강수량 증가로 인한 유수 영향에 대한 연구는 지역 저류 탱크 및 배수 네트워크의 적정 규모와 같은 홍수 방지 조치를 더 잘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은 미래 온난화가 도시 열섬 효과를 악화시켜 에너지 수요 급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온열 질환 등 위협이 증가하면 앞서 일본 사례처럼 시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