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회 디 오픈] ① 도착한 '골프 본고장' 스코틀랜드
2022-07-11 07:00
디 오픈 챔피언십으로 향하는 여정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 열린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베릭의 대회장(르네상스 클럽) 곳곳에 즐비한 현수막의 문구다.
스코틀랜드인은 자신의 조국을 한 단계 높여 '골프의 본고장(The home of Golf)'이라고도 부른다.
티잉 구역 광고판 뒤에도 이 문구를 가득 적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스코틀랜드인의 골프 자부심을 반영한 부분이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을 이루는 4가지 구성국(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중 하나다. 면적은 7만7933㎢로 영국 전체(24만3610㎢)의 32%를 차지한다.
인구는 546만3300명(2019년 기준)이다. 잉글랜드 인구(5628만6961명)에 비하면 10% 수준이다.
적은 인구에도 골프장 수는 무려 587개에 육박한다. 대부분은 큰 도시 근처다. 글래스고에 94개, 에든버러에 67개 등이다.
코스는 글래스고에 많지만, 조명은 우선 에든버러다.
에든버러 북동쪽 걸렌 지역에는 1892년부터 2013년 사이에 디 오픈을 16회 개최한 뮤어필드, 2015년과 2018년 스코티시 오픈 개최지 걸렌 골프클럽이 있다.
뮤어필드는 프라이빗 클럽이다. 입구에는 회원과 초청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철문도 굳게 닫혔다. 철저히 비공개다. 마스터스 개최지 오거스타 내셔널의 매그놀리아 레인을 연상케 한다.
철문 옆에는 '명예로운 에든버러 골퍼 모임의 본고장(Home of The Honourable Company of Edinburgh Golfers)'이라는 푯말이 서있다.
사실 이 모임은 걸렌에서 에든버러로 가는 길에 위치한 머셀버러 레이스 코스 안의 올드코스에서 활동했다.
머셀버러 올드코스는 보기 힘든 레이아웃이다. 경주마가 뛰는 트랙 안에 골프장이 있다. 말이 뛰지 않을 때는 개를 산책시키는 주민과 골퍼가 섞여 있다.
트랙 안에 있는 코스는 9홀 규모다. 좁다고 생각한 명예로운 에든버러 골퍼 모임이 외곽에 땅을 사 만든 것이 뮤어필드다.
두 클럽의 흥망성쇠가 어긋나는 순간이다. 머셀버러 올드코스에서는 1874년부터 1889년까지 디 오픈을 6회 개최했다.
뮤어필드에서 개최한 첫 디 오픈이 1892년인 것을 보면 머셀버러 올드코스의 모든 것을 가져갔다고 할 수 있다.
머셀버러 올드코스 골프클럽 초입에는 '골프의 발상지(The Cradle of Golf)'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뮤어필드와 다르게 모든 방문객을 환영한다는 문구도 아래에 적었다.
한때 이 코스는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가장 오래된 골프 코스였다.
1672년 3월 2일 골프를 했다는 문서가 나오면서다. 그보다 이른 1567년에는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가 근처에서 골프를 쳤다고 주장됐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가늠할 수 없는 자료가 가정집 크기의 클럽하우스에 가득하다.
이 클럽하우스를 다음 주 150회를 맞이하는 디 오픈으로 향하는 시작 지점으로 삼았다.
이번 시리즈는 이곳을 시작으로 뮤어필드, 걸렌, 카누스티 골프링크스를 거쳐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로 이어진다.
물론 골프의 발상지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라 정의할 수는 없다. 긴 역사에 그저 가늠해볼 뿐이다. 골프의 발상지는 콜프(Kolf)가 탄생한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의 경계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시작은 1552년경이다.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로열 앤드 에이션트(R&A)도 이곳에 있다.
500년 역사를 지닌 스코틀랜드의 골프장은 강한 해풍, 갈매기 떼, 연두색 잔디, 향긋한 라벤더, 좁고 깊은 벙커, 딱딱한 그린이 특징이다. 미국과 아시아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매력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