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경찰] '인천 흉기난동'부터 '화살총 테러'까지...채용·교육·승진 개선돼야
2022-07-11 13:10
경찰, 흉기 든 범죄자 앞 도망 사건 연이어 터져
"채용·교육·승진 제도 개선 통해 근본적 해결 필요"
"채용·교육·승진 제도 개선 통해 근본적 해결 필요"
# 1. 전남 여수경찰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총포·도검·화약류 등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근 A씨(22)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2시 15분께 여수경찰서 관내 한 파출소를 향해 화살총을 쏜 후 달아났고 12시간 뒤 형사들에게 붙잡혔다. 사건 당시 파출소에 있던 경찰관 7명은 괴한이 화살총을 쏘자 급하게 몸을 숨겼으며, 피의자 조사실에 있던 경찰관이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찰의 현장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A씨는 발포 후 주변을 10분 넘게 서성거렸지만 파출소에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파출소 근무자들은 범행 20분쯤 뒤에야 바깥으로 나왔다. 여수경찰서는 지난 5일 당시 파출소에서 근무 중이던 순찰팀장을 현장 부실 대응 혐의로 대기발령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 2.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인천의 한 빌라에 사는 40대 남성이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아래층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두 명은 현장을 도망치듯 이탈했고 피해 가족이 직접 범인을 제압했다. CCTV에 따르면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도망친 여자 경찰이 칼에 목이 찔리는 동작을 하며 상황 설명에 나섰고 이를 본 남자 경찰은 여자 경찰을 데리고 같이 내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40대 여성 A씨는 흉기에 목을 찔려 정상 회복이 불가능한 중태에 빠졌다. 나머지 가족들도 흉기에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두 명은 해임됐고 논현경찰서장은 직위 해제됐다. 인천경찰청장도 공개 사과와 함께 청장직을 사퇴했다.
경찰이 흉기를 든 범죄자들 앞에서 도망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현장 대응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현장 대응 능력 개선을 위해 ‘행정공무원화’한 경찰의 입직경로와 승진제도, 경찰 교육 문제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경찰은 일반 공무원과 다르다. 머리가 좋은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능력이 더 필요한 자리가 많다”며 경찰 채용 과정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찰관 임용 시험에서부터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며 미국 ‘폴리스 아카데미’ 형식 채용 과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선 폴리스 아카데미 교육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경찰에 임용될 수 있다. 정식으로 임용되기 전에 경찰이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경찰은 ‘사명감’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다. 이에 맞지 않는 부적격자를 거르기 위한 절차”라며 "지금과 같은 줄 세우기식 시험 공부 위주인 채용 제도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찰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청 교육훈련 개요’에 따르면 교육훈련은 △신임교육 △기본교육 △직무교육 △직장훈련 △기타교육으로 구성되며 신임교육은 ‘올바른 공직자세’와 ‘직무역량’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대부분 신임 경찰관들이 교육을 받는 중앙경찰학교는 교내 교육 630시간 중 현장 실무와 현장 대응은 총 241시간 정도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체력 등 기본적인 교육훈련과 ‘희생 의식’ ‘책임 의식’ 등 정신적인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신임 교육 때뿐만 아니라 일선에 배치된 이후 교육 훈련도 강화해야 한다. 적극적인 교육을 끊임없이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승진 구조로 인해 능력 있는 인재들이 현장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경찰 계급은 11개며, 계급별로 정년 나이가 다르다. 계급 정년 내에 승진하지 못하면 만 60세가 되지 않았더라도 해당 계급에서 퇴직해야 한다. 경찰은 경정 계급 이상부터 △경정 14년 △총경 11년 △경무관 6년 △치안감 4년 △치안총감 2년 등 계급 정년을 두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계급별 인원은 △치안감 이상 34명 △경무관 65명 △총경은 551명으로, 고위직은 전체 경찰 조직(12만6227명) 중 5.1%에 불과하다. 경정 계급까지는 시험을 통해서도 승진할 수 있으나 총경 이상은 심사 승진만 가능하다.
퇴직이라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보니 경찰이 승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상대적으로 인사권자와 대면할 가능성이 높은 각 지방별 본부 내근직으로 인재들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이 교수는 주장한다.
이 교수는 "능력과 경험 있는 이들이 현장 근처에 있을 유인을 만들고, 사명감 없는 부적격자들이 경찰 조직에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채용 제도 등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