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더위 후폭풍] 전기 사용량 폭증…해수 온도도 상승
때 이른 불볕더위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어지는 폭염과 역대 첫 6월 열대야 여파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며 블랙아웃(대정전) 우려가 나온다.
바닷물도 빨리 뜨거워지면서 예년보다 일찍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른 주의보 발령에 양식업도 위협을 받고 있다.
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0분 기준 공급예비율은 7.96%에 머물고 있다. 공급예비율은 당일 공급 가능한 전력 용량인 공급능력에서 최대전력을 뺀 공급예비력을 다시 최대전력으로 나눈 비율이다. 최대전력은 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 수요를 뜻한다.
전력 여유분을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공급예비율이 낮아지면 전력 수급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통상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한계선은 10%다. 이달 들어 10% 선이 무너진 건 이날이 세 번째이자 3일 연속이다. 앞서 5일(9.5%)과 6일(8.7%)에도 10%를 밑돌았다.
공급예비율 불안은 이미 지난 6월에 시작됐다. 지난달 월평균 최대전력은 7만1805메가와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보다 4.3% 증가한 수치다.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5년 이래 6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이기도 하다. 6월에 월평균 최대전력이 7만㎿를 돌파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월평균 최대전력은 한 달간 발생한 일별 최대전력 합계의 평균값이다. 월평균 최대전력 수치는 전력 수요와 비례한다. 이 여파로 공급예비율은 지난달 23일 9.5%까지 하락했다. 올해 들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6월 최대전력이 늘어난 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수칙 완화로 전력 수요가 회복하는 가운데 열대야를 비롯한 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에서 '6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서울에서 6월 열대야가 발생한 건 1907년 기상 관측 이후 115년 만에 처음이다. 같은 날 경기 수원과 대전, 광주 등에서도 사상 첫 6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6월 열대야로 낮은 물론 심야에도 에어컨 등 냉방기구 사용량이 늘면서 전력 수요도 훌쩍 뛴 것이다.
이른 무더위 여파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바닷물이 예년보다 빨리 뜨거워지면서 양식업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6일 오후 2시 올해 첫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했다. 지난해보다 9일이나 빠른 주의보 발령이다. 지난해 첫 발령일은 그해 7월 15일이었다.
고수온 특보 단계는 △관심 △주의보 △경보 순으로 높아진다. 관심 단계는 고수온 주의보 발령이 예측되는 7일 전후에 내린다. 주의보는 수온이 28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 해역에, 경보는 28도 이상 수온이 3일 이상 지속되는 해역에 각각 발령한다.
정부가 올해 첫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한 지역은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전남 함평만·득량만·가막만·도암만·여자만 등 전남 내만과 경남 사천만·강진만 등 경남 내만이다. 주의보 발령 해역 수온은 지난 6일 오전 8시 기준 27.3∼28.4도를 기록했다.
이외 해역은 22.5∼25.2도로, 주의보 단계는 아니지만 평년보다 1~3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번에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을 포함한 전국 연안에 지난 4일 고수온 관심 단계가 발령된 상태다. 관심 단계 발령은 지난해보다 8일 빠르다. 지난해엔 7월 12일에 첫 관심 단계 발령이 내려졌다.
높은 수온은 특히 양식장에 큰 피해를 준다. 양식 어류가 견딜 수 있는 수온은 28도다. 양식으로 키우는 전복과 우럭, 넙치 등은 고수온에 취약하다. 한계 수온을 넘어버리면 폐사하기 시작한다.
해수부는 이에 대응해 고수온 주의보 발령 당일 '고수온대응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국립수산과학원과 지방자치단체는 합동으로 '권역별 현장대응반'을 꾸렸다.
정부는 양식 어가에 먹이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양식생물에 스트레스를 주는 이동·선별 작업 등을 최소화할 것도 당부했다. 산소공급기 등 대응장비를 이용해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라고도 했다.
문제는 7~8월엔 더 더워질 거란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7~9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각각 50%에 이른다. 평년과 같을 확률로 범위를 넓히면 80%까지 치솟는다. 반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그쳤다. 7월 평년기온은 24.6도(24.0~25.2도), 8월은 25.1도(24.6~25.6도) 수준이다.
기상청은 "7월과 8월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덥고 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수도권 지역에는 이달 들어 1일부터 엿새간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이 때문에 최대전력 수요는 이미 지난 6일 지난해 여름철 최대치를 넘어섰다. 이달 6일 오후 6시 기준 최대전력은 9만1938㎿로, 지난해 최대를 기록했던 7월 27일 오후 6시의 9만1141㎿를 앞질렀다.
8월 둘째 주로 예상했던 올여름 전력 최대 수요 시기도 한 달 이상 앞당겨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둘째 주 최대전력 수요가 9만1700~9만5700㎿로 올여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최대전력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역대 최고 기록은 전국이 폭염에 휩싸였던 2018년 7월 24일의 9만2478㎿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돼 최대전력 수요도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하고, 전력수급상황실도 상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