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나' 수지의 새로운 얼굴
2022-07-06 18:00
그동안 자신과 닮은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맡아왔던 수지는 쿠팡 플레이 '안나'를 통해 이전과 다른 면모를 꺼내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아, 연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유미의 인생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응원하면 안 되는 인물인데 한편으로는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기분이 참 묘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며 그의 선택이 옳은지, 나쁜지 고민하게 되고…. 그런 점들 때문에 '안나'를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쿠팡플레이 '안나'(감독 이주영)는 이름, 과거, 학력 등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유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 수지는 거짓으로 점철된 위태로운 삶을 사는 안나, 그리고 유미를 연기했다.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된 여자다. 어렸을 때부터 눈에 띄는 외모와 명랑한 성격으로 사람들의 칭찬과 관심 속에서 자랐다. 잘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한 현실과 이상의 높은 괴리감을 절감한다. 그러던 중 자존심 때문에 무심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약간의 기시감이 들었어요. 우리 모두 '유미'와 같은 면들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잖아요? 살면서 나를 조금 포장하기도 하고, 허영심을 느낄 때도 있고…. 물론 '유미'만큼은 아니지만요. 남들 모두 가지고 있는 면들을 더욱 극대화해서 표현했어요. 내 옆에는 없었으면 좋겠지만, 드라마로 보았을 때는 '유미'에게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연기했어요."
드라마 '드림하이' '스타트업', 영화 '건축학개론' 등을 통해 밝고 싱그러운 역할을 소화해냈던 수지는 '안나'로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삶에 찌든 얼굴, 텅 빈 눈동자를 가진 '유미'의 얼굴에 시청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지의 얼굴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은 '수지에게 저런 얼굴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이 놀라기에 '아, 내가 잘 숨기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하. '유미'가 주차 요원, 고깃집 아르바이트 등 여러 일을 하는데 정말 일하는 마음으로 찍었어요. 속으로 '아,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웃어야지' 노력하는 마음을 담은 얼굴이었어요."
'안나'는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한다. 수지는 "일부러 소설을 읽지 않았다"며 레퍼런스를 삼으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독님께서 '소설과 시나리오는 너무 다르니, 읽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저도 같은 생각을 했고요. 또 '유미'는 완전한 '리플리 증후군'(자신이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으며 이에 따른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리플리 증후군'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보지 않았어요. '안나'는 자신의 거짓말에 완전히 빠진 게 아니잖아요. 자신의 거짓말을 인지하고 있고 불안해하고 있어요.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없다고 생각해서 오로지 '안나'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그는 '유미'와 '안나'에게 집중하기 위해 촬영 초기부터 캐릭터의 심정으로 일기를 썼다. 작품과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캐릭터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작정하고 (일기를) 썼죠. 일기 쓰기가 제게 많은 도움을 준 거 같아요. 물론 촬영 끝날 때까지 쓰지는 못했어요. 하하하. 점점 '수지의 일기'가 되더라고요."
수지는 '유미'의 10대부터 30대까지 연기한다. 직접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을 연기하며 인물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10대 고등학생을 연기할 때 저도 모르게 귀여운 척을 하더라고요. 하하하. 모니터링하면서 '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10대부터 30대까지 연기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외적인 면보다는 '유미'가 거짓말에 익숙해져 가고 또 한편으로는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모습이었어요. 그가 거짓말에 잠식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보려고 한 거죠."
'유미'는 복합적인 심리를 가진 인물이다. 그는 대체로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그의 심정을 담아내는 건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수지는 "'유미'의 심정을 표정으로 담아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불안한 '유미'의 심리를 표정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유미'는 그날 겪은 일이나 무언가 찜찜한 일들을 계속해서 곱씹는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곱씹다 보면 자기 생각으로 빠지게 되는 표정이 있는데 그게 '유미' '안나'의 불안한 심리와 가장 잘 닿아있더라고요."
수지는 이번 작품을 위해 심리 상담사와 만났다. '유미' '안나'에 대해 헤매거나 혼란을 느낄 때면 상담사와 함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상담사 선생님과 만나 '유미' '안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최대한 이해되어야 했으니까요. 전문가에게 조언받고 싶었어요. 상담사 선생님께서 '학술회나 기관에서도 영화, 드라마를 두고 많은 토론을 한다'라고 하셨어요. '안나'도 인물의 심리를 가지고 많은 대화가 오고 가길 바라신다고 덧붙이셨죠."
수지는 심리 상담사와 깊은 대화를 통해 '유미' '안나'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심리 상담가와 대화하며 편견이 깨졌던 순간들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저는 '유미'가 상당히 위축되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울한 상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상담가 선생님께서 '유미는 우울한 게 아니라 불안한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우울'과 '불안'은 다르다면서요. 두 심리 상태는 에너지가 다르고 심장박동도 다르대요. '우울'은 무기력해지고 거짓말할 의욕도 느끼지 못하니까. '유미'가 느끼는 감정은 '우울'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유미'의 심경이 퍼뜩 이해가 갔어요. 불안한 감정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캐릭터에도 변화가 생겼고요."
그는 '유미'의 불안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을까?
"기본적으로 사람이 불안하면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요. '유미'의 불안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불안'을 표현하려고 하기보다는 감추려고 했죠."
'안나'는 지난 6월 24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2회씩 공개됐다. 수지에게 "시청자들을 위해 앞으로 진행될 '안나'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달라"고 부탁하니 그는 "'현주'(정은채 분)를 만나고 엄청난 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지점"을 언급했다.
"'현주'를 만나고 '유미'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 불안에 시달려요. 치욕스러움을 겪고 환멸감을 느끼게 되죠. '내가 무얼 위해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해왔을까?' 목적도, 방향도 잊은 채 부질없다고 느끼게 돼요. 이런 '유미'의 심리를 주의 깊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건축학개론' 이후 10년째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고 있는 수지. 그는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에 만족하고 있을까?
"네. '국민 첫사랑' 정말 좋아요. 하하하. 계속 가져가고 싶은 수식어에요. 탈피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게는 여러 모습이 있으니까요. '안나'도 '국민 첫사랑'도 모두 가지고 싶어요."
2010년 그룹 미쓰에이로 시작해 어느새 데뷔 12주년을 맞았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심했다"고 고백한 그는 "30대가 되면 여유로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10대부터 20대까지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여유를 가지지 못했던 거 같아요. '열심히 해야 한다' ''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왔죠. 30대에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멋있어지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