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경영권 '남매의 난' 방향키 쥔 구미현, 왜 주총 불참했나

2022-06-30 18:00

 

[그래픽=아주경제]


아워홈의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은 동생 구지은 현 부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다만 캐스팅보트를 쥔 장녀 구미현씨가 30일 열린 임시주총에 불참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지은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른 불참이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자발적 불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인 만큼 아직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았다는 시각이 많다. 

◆'장남 반란' 무산...7년간 이어진 '남매의난' 종지부?

이날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열린 아워홈 임시주총에서는 구 전 부회장 측이 제안한 현 이사진 교체 및 신규이사 선임안이 주요 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지분 38.56%를 확보한 구 전 부회장은 대리인을 내세워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미현씨가 이날 불참한 데다 대리인 참석도 포기하면서 미현씨가 보유한 19.3% 지분은 결국 기권 처리됐다.

이번 임시주총 개최는 구 전 부회장의 반란으로 인식된다. 아워홈은 이사진 교체를 안건으로 한 구 전 부회장의 주총 개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구 전 부회장이 법원에 주총 소집허가 신청서를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주총 개최의 근거가 마련됐다. 

구 전 부회장이 임시주총에 매달린 것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진을 이사회에 진출시켜 본인의 지분을 원활하게 제3자에게 매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그간 구 전 부회장 측은 동생인 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선임한 21명의 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 48명을 선임하기 위해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해 왔다. 

현재 아워홈을 경영하는 구지은 부회장을 흔들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만 기존 이사회는 구지은  부회장 측근들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구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구 전 부회장의 반란이 무산된 만큼 2016년부터 7년간 이어온 남매간 경영권 분쟁은 구지은 부회장의 승리로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구미현씨 왜 불참했나...불씨 안 꺼졌다

다만 업계에선 스윙보터(swing voter)로 꼽혔던 미현씨가 이번 임시주총에 불참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미현씨는 지난해 자매인 명진씨와 지은씨와 힘을 합쳐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을 해임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돌연 구 전 부회장과 손을 잡고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미현씨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미현씨가 경영권 분쟁의 방향 키를 쥐고 있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미현씨가 다시 여동생인 구지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불참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법원이 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 편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불허한 만큼 자발적인 의사로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법원은 지난 29일 이날 열린 임시주총에서 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 편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미현씨가 동생 명진·지은씨와 함께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약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만약 미현씨가 이를 어기고 구 전 부회장 편에서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명진·지은씨에게 위약금 300억원을 물어야 한다는 조건도 걸었다.

이러한 법원의 불허 명령이 미현씨의 참석 여부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이란 것이 업계의 견해다. 이는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워홈 정관에는 지분 매각을 위해선 이사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못 박고 있다. 상법에서는 비상장기업의 경우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구 전 부회장이 본인에게 우호적인 이사 수를 더 확보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구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으로는 이사 선임 안건 하나 통과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워홈은 창립자인 고(故) 구자학 전 회장의 1남 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구  부회장이 지분 38.6%를 갖고 있으며 미현·명진·지은 등 세 자매가 59.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미현씨가 구명진씨, 구지은 부회장과 함께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한다는 협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안다"며 "법원이 협약서에 따라 미현씨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지만 그것이 주총 불참으로 이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