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전망] 물가 정점 예상... 글로벌 경기침체는 불가피

2022-07-01 07:00
국제금융센터 '하반기 세계경제·국제금융 전망'
물가 상승에 주요국 긴축 속도 더 빨라질 듯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안전자산 쏠림 가속

2022년 상반기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오미크론)의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중국 도시 봉쇄 여파 등으로 물가가 급등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의 긴축 영향으로 경기가 크게 위축됐다. 경기침체를 촉발한 악재가 오는 하반기에도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2022년 하반기 세계경제·국제금융 전망 및 주요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도 복합위기가 계속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복합위기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에너지·곡물 가격 급등,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등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겹친 상황을 말한다.
 
복합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세를 자극했고, 주요국은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긴축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긴축 강도가 세지면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 봉쇄와 함께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비용을 초래했다”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빠른 치유가 어려워 성장은 더욱 낮아지고 경제는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 뉴욕 증시 거래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하반기에 물가 정점... 주요국 기준금리 조기 인상
올해 하반기에 주목해야 할 가장 큰 리스크는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 둔화라는 갈림길 사이에서 물가 안정을 택했다. 특히 오는 3~4분기 중 물가가 정점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오는 8~9월 중 미국 CPI 상승률이 8.7%를 기록할 것으로 봤고, HSBC는 9.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지난 5월 CPI 상승률은 8.6%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렸다. 인상 폭은 1.5%포인트에 달한다. 지난 6월 FOMC에선 기준금리를 1994년 이후 처음으로 0.75%포인트 올렸다. 7월 FOMC를 포함해 9월과 11월, 12월까지 네 차례의 회의가 남았는데, 일단 9월 FOMC까지 기준금리가 연속으로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다른 국가도 같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 자금의 흐름이 금리가 높은 곳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투자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고 예고했다. 물가 상승 정도에 따라 9월에 0.50%포인트를 인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7월에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월 국내 기대 인플레이션이 전월 대비 0.6%포인트 오른 3.9%로,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어 물가 상승률만큼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실제로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완화해야 한다는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교착 상태... 세계 경기침체 촉발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확실성도 하반기 세계 경제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갈등은 예상보다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이날 미국 상무부가 주최한 러시아 수출통제 콘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내년까지 지속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더 이상 수입할 수 없게 되면 유로존의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천연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을 필두로 한 대(對)러시아 경제제재가 시작되자, EU는 다른 국가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3분기부터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이 완전히 끊기면 유럽 주요 국가는 경기침체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으로 내년에 자국의 경제 성장률이 –3.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경기침체는 세계 경제 전반의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복합위기로 올해 하반기 세계 경제는 고물가, 성장 둔화로 인한 슬로플레이션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슬로플레이션은 경기침체와 높은 물가 상승률이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 기간이 짧고 강도가 약한 상태를 지칭한다. 앞서 ECB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확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기보다 슬로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이 더 적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60Km 떨어져 있는 마카리우 초입에서 이 지역 주민인 클라브디아씨의 집에서 바라본 빵 공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유동성, 안전자산에 더 쏠릴 가능성
또한 물가 상승과 통화 긴축은 실물경제 둔화를 불러오고, 이는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 글로벌 주식, 채권 가격은 하락했고, 대표적 위험자산으로 손꼽히는 가상화폐 가격도 급락했다. 반대로 안전자산인 달러엔 자금이 몰렸다. 하반기에도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30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시작된 2월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3월 초에 1240원대를 돌파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 연준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고,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도시를 봉쇄하자 글로벌 경기가 침체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고, 원·달러 환율은 1290원대까지 올랐다. 전날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하자 장중 한때 1300원을 돌파했다. 달러는 주요국의 물가 상승세가 꺾여 긴축 정도가 완화될 조짐이 보여야만 강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는 “미 연준 통화긴축 정도가 둔화될 경우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완화에 의해 달러는 약세로 전환된다”며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원화는 평년 수준인 1200원 부근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