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尹과 李...좁혀 오는 '이준석 포위망'

2022-06-29 19:10
李, 尹 불화설 '일축'...安에게는 "2016년에 사세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념관을 나서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내 입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성 상납 및 증거 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 심사를 앞둔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의 '불화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평소 사이가 매끄럽지 않았던 안철수 의원을 포함해 지난 지방선거 이후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과도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李, 尹 불화설 '일축'...安에게는 "2016년에 사세요"
 
이 대표는 2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면서 '앞으로 의제나 사유를 사전에 밝혀달라'고 통보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실과 당 간에 불화를 일으키기 위해 익명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 평택시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우연한 상황이 아닐 것이라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제가 먼저 한 경우는 없었다"며 "매번 익명 보도로 튀어나오고 대통령실에서 반박하고 제가 입장을 밝혀야 되는 상황이 지방선거 이후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에서 오랜 앙숙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안 의원에 대해서는 "안 의원은 2016년에 살고 계시는가 보다. 그런 거 평생 즐기십시오"라고 했다.

이는 안 의원이 지난 28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지난 2016년 총선 결과를 거론한 데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인터뷰에서 "본인 나름대로 (선거) 패배에 대한 상처나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제가 (이 대표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나"라며 "저는 한 번도 이 대표에 대해 공격을 하거나 그랬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16년 4월 총선 때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맞붙었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 52.33%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후보로 나온 이 대표는 득표율 31.32%를 기록, 2위로 낙선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의원모임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커지는 윤핵관'...좁혀오는 '이준석 포위망'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포함한 당내 핵심인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만찬 회동 여부를 놓고 이 대표는 사실상 만남을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이 대표와의 만찬 회동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의견이 갈린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팬클럽 회장으로 알려진 강신업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개미지옥에서 벗어나려고 대통령 팔며 발버둥질" 등의 메시지를 게시한 바 있다.
 
친윤계는 당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친윤계 핵심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미래혁신포럼'에 국민의힘 의원 50여명이 참석하면서 같은 날 열린 의원총회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렸다.
 
안 의원 역시 이 포럼에 참석해 가입을 시사했다. 이에 친윤과 안 의원 간 전략적 동맹이 체결됐다는 관측도 있다. 그는 "따로 의원 모임을 만들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미래전략포럼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장 의원으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저격을 연이어 받았을 정도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지만, 이날은 장 의원이 설득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이 이날 강연에서 "국민의힘은 원래 뿌리가 대통령 정당이었기 때문에 소속 의원들은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서 사는 집단"이라며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그 모임이 어떤 모임인지 모르고 가셨겠나. 친윤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분들이 모여 있다고 하니 가서 '너희는 대통령 바라기다'라고 하고 온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의원모임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李 vs 안철수·장제원·배현진
 
그동안 이 대표는 안 의원을 포함해 배현진 의원, 장 의원과 갈등 양상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자신의 SNS에 올린 '흰머리 세 가닥' 사진에 관한 질문에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며 "제가 원래 (흰머리가) 나면 한 개씩 나는데, 세 개가 나서 특이해서 올렸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표현한 '흰 머리 세 가닥'이 최근 자신과 공개적으로 충돌한 배 의원, 장 의원, 입당 후에도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는 안 의원 등 세 사람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우선 안 의원과는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건을 놓고 마찰을 일으켜 왔다. 지난 25일 고(故) 백선엽 장군 2주기 추모식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지만,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사이에 두고 앉아 행사 내내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4일 자신을 둘러싼 당의 내홍 상황 등을 두고 장 의원이 비판한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디코이(decoy·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 이제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적었다. 디코이는 이 대표와 연일 대치했던 배 의원, 간장은 온라인 상에서 은어처럼 사용되는 '간철수'(간보는 안철수)와 '장제원'의 줄임말로 해석되고 있다.
 
배 의원과는 당 혁신위원회 운영 방향과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간담회 폐지 여부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왔다. '악수 패싱', '등짝 스매싱'은 물론이고, 최고위 회의에서 반말로 설전도 했다. 이 대표와 배 의원이 벌인 당 내홍에 대해 장 의원은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고 비판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다음 달 7일 성 상납 및 증거 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윤리위는 지난 22일 5시간에 걸친 회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당시 이 대표는 "7월 7일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는데, 모르겠다. 지금 2주 뒤에 무엇이 달라지는지 불분명하고 무엇이 달라지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저는 의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