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 시대] 고유가도 이긴 해운업계...고환율에 실적 10% 이상 증대 전망

2022-06-29 15:00

고환율·고유가·고금리 등 3고(高)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 2분기 실적 전망은 밝기만 하다. 운영비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모든 운임을 달러화로 결제받고 있어 환차익에 따른 실적 개선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운임 역시 준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해운업계는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10% 이상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조사기관들은 3분기부터 세계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와 함께 운임 상승 요인들이 해소돼 연간으로는 해운업계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 급등분 넘어선 고환율···2분기 실적 약 10% 개선 전망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운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HMM, SM상선, 팬오션, KSS해운 등 주요 해운사들은 올해 실적 전망을 원·달러 환율 1100원대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국내 해운사들은 모든 운임을 100% 달러로 결제를 받는다. 재무제표는 원화를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어 달러 가치가 오르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주요 지표도 개선된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83.4원으로 연초(1193.5원) 대비로는 7.53%, 전년 동기(1131.5원) 대비로는 13.42% 올랐다.
 
반면 고유가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컨테이너선 기준 운영비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다.
 
지난 27일 기준 국제시장에서 선박 연료로 사용되는 벙커C유(황 함유량 3.5%, 380센티스톡)는 배럴당 90.1달러로 연초(68.26달러) 대비 32% 상승했다. 이를 전체 운용비에 대입하면 약 4.8% 증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무제표상 환차익이 운용비 상승분을 초과하면서 실적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보유 달러에 따라 각 해운사 당기순이익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달러 강세에 따라 2분기 실적이 연초 예상한 실적보다는 10% 이상 좋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도 크게 상승했지만 환율 상승분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컨테이너 선사를 대표하는 HMM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56.1% 증가한 4조537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72% 증가한 2조676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벌크선사인 팬오션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5.04% 증가한 1조4128억원이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1.88% 증가한 1477억원이다.
 
이 같은 실적 전망은 고환율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계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컨센서스보다는 약 10% 추가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해운업계는 설명한다.
 
운임 조정 국면 가시화···폭락 시 2분기 깜짝 실적도 무색
마냥 긍정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고환율로 인해 고유가는 방어했지만 하반기부터는 운임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해운사들은 매출 증대를 위한 고심에 빠졌다.
 
지난 24일 기준 글로벌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216.13으로 2주 연속 하락세다. 전년 동기(3703.4)와 비교하면 여전히 13.84% 높은 수준이지만 중국의 상하이 봉쇄 해제에도 운임이 하락한 것을 두고 조정 국면에 돌입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같은 날 벌크선 운임 지수인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도 2331을 기록해 3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올해 초(2285)와 비교하면 소폭 올랐으나 전년 동기(3175)와 비교하면 26.58% 감소했다.
 
운임은 글로벌 소비의 선행지표로도 해석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전망 하향은 운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경제 연착륙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과 도이치뱅크는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5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주요 항구 적체 해소도 운임 하락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유럽 해운조사기관 시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국 LA항, 롱비치항에서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 수는 20척을 기록했다. 연초 109척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컨테이너 성수기인 3분기와 맞물린 운임 내림세는 해운업계 연간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당장 2분기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높지만 3분기부터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환율에 따른 실적 개선은 일시적인 것으로 환율 하락 시기가 오면 그만큼 손해를 볼 것”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매출 발생 요인이다. 운임이 내림세라는 것은 고유가 등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화물을 가득 실은 HMM의 컨테이너선 [사진=HMM]